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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비타민] 절차상 과오로 취소된 경매, 국가가 배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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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모(62)씨는 2000년 3월 법원 경매를 통해 경기도 화성시 일대의 임야 3만7000㎡를 6억30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한 유씨는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그런데 3년이 지난 2003년 5월 법원은 유씨의 소유권을 말소했다. 대신 낙찰 대금에 270만원을 더한 돈을 돌려줬다. “법원 경매 절차에 하자가 있어 경매 허가가 취소됐다”는 이유였다.

이 임야는 수원지구축산업협동조합이 채권자로 1, 2순위 근저당권을 갖고 있었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자 임야가 경매에 넘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제3순위 근저당권자 윤모씨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법원이 경매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3순위 근저당권자인 윤씨에게 보내면서 주소지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아 송달이 되지 않은 것.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윤씨는 “경매 기일 통지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이후 2년이 지나서야 경락 불허가 결정이 확정됐다. 모든 소유 관계가 경매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졸지에 땅에 대한 권리를 잃은 유씨는 국가를 상대로 2003년 소송을 냈다. 이미 지급한 경락 대금에 대한 3년치 이자와 세금 등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1심 법원은 “유씨에게 낙찰 대금에 대한 이자와 등록세 등 약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판결을 뒤집었다. ^낙찰 허가 결정이 법에 정해진 절차를 위배했다고 할 수 없고 ^경매 담당 법관이 직무수행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다시 유씨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 2부는 “이해관계인 통지 등에 관한 절차상의 과오는 원고의 손해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18일 밝혔다. “경매 법원의 담당 공무원이 경매 기일 및 경락 기일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락이 유효한 것으로 믿은 원고가 손해를 입게 된 만큼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씨가 낙찰받은 땅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자에게 경매 기일 통지를 누락한 것은 경락 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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