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저우싱츠 새 가족 코믹영화 ‘CJ 7’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의 휴먼 코미디 ‘CJ 7’. [코리아 스크린 제공]

유치찬란한 코미디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해온 감독 겸 배우 저우싱츠가 이번에는 말 그대로 유치원생도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코미디를 내놨다. 그의 신작 ‘CJ 7’(21일 개봉)은 저우싱츠라는 조미료를 친 이색 가족물로 보는 편이 알맞다. 더 엽기적인 코미디에 익숙한 저우싱츠의 골수팬들에게는 심심한 맛이고, ‘쿵푸허슬’‘소림축구’에 비하면 저우싱츠 특유의 과장법, 즉 속된 말로 ‘뻥’의 강도도 약한 편이다. 그렇게 미리 기대수준을 조정한다면, 어린아이들 눈높이에서 전개되는 이 영화의 코미디를 만족스레 즐길 수 있다.

주인공은 찢어지게 가난한 현대 중국의 아버지와 아들이다. 아버지(저우싱츠)는 건설현장에서 날품팔이로 일하면서도 초등학생 어린 아들은 고급 사립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이 예상하지 못하는 법. 아들 샤오디(쉬자오)는 만날 찢어진 운동화에 후줄근한 차림이라 부잣집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때마침 장강1호라는 최신 장난감이 출시된다. 부잣집 아이들이 이걸 자랑하자 샤오디 역시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떼를 썼다가 야단만 맞는다.

이들의 혹독한 가난은 만화적으로 묘사된다. 사는 집은 철거되다 만 듯한 오두막이다. 아버지는 거의 모든 생필품을 쓰레기장에서 주워온다. 장난감 때문에 풀죽은 아들 생각이 나서 아버지는 녹색 고무공도 하나 주워다 준다. 알고 보니 그 정체는 어린 외계 생명체다. 아들 샤오디는 ‘장강 7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외계생명체라면 당연히 남다른 능력을 있어야 하건만, 장강 7호는 번번이 샤오디를 실망시킨다.

저우싱츠 코미디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뜬금없이 등장하는 진지함이다. 이 영화에도 정도는 덜하되 비슷한 구석이 있다. 아버지가 일하는 건설 현장, 아찔한 높이에서 내려다본 그 현장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나 다름없는 최근의 베이징 그대로다.  

샤오디를 연기한 아역 쉬자오는 실제로는 여자아이다. 대규모 오디션을 진행하고도 마음에 드는 소년을 찾지 못한 저우싱츠가 이색 캐스팅을 결심한 결과다. 장강 7호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로, 얼굴은 보슬보슬한 봉제인형의 질감을, 몸통은 엄청난 탄성의 고무질감을 낸다. 저우싱츠 영화에 전례없이 깜찍한 맛을 더한다. 전체관람가.

이후남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