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피 특허 낼수 있나-美 특허따자 종교계.해당國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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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간의 세포나 혈액이 특허대상이 될 수 있는가.최근 미국에서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연구원들이 신청한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 뉴기니의 하가하이 원주민 혈액 세포에 대한 특허를 내줬다.
하가하이 원주민은 열대 정글속에서 외부세계와 격리된 채 살아오던 종족이다.말라리아 등 열대병에 시달리던 이들중 몇명이 83년 현대의학의 도움을 찾아 정글을 떠났고 이들은 미국인 인류학자 캐럴 젠킨스에게 발견됐다.이 소식을 들은 N IH의 과학자들이 파푸아 뉴기니로 가 원주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수년에 걸친 연구결과 과학자들은 원주민들의 혈액에 에이즈 바이러스와 유사한 「T세포 백혈병 유발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데도 이들에게는 발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과학자들은 원주민의 혈액을 분석해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에이즈 바이러스 연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
과학자들은 91년 원주민의 T세포와 바이러스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특허내용은 T세포를 과학자들이「발명」한 것으로 명시하고,이 발명이 T세포 백혈병 면역백신 연구에 유용하다는 것이다.특허권자는 NIH과학자 3명과 캐럴 젠킨스이며 원주민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2백여명의 미 종교 지도자들은『생명은 인간의 발명품이 될 수 없다』며 특허의 효력유예를 요구했다.그러나 NIH측은『이 발명으로 수많은 생명을 건질 수도 있는 데 무슨 말이냐』며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푸아 뉴기니 정부는 미국에 『왜 멋대로 우리 국민의 혈액에 대해 특허를 내주느냐』고 공식 항의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준비중이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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