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사설]올림픽 이후 차이나 리스크를 주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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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베이징을 밝힌 올림픽의 성화(聖火)가 24일 사그라진다. 올림픽 의 직·간접 비용으로 43조원을 쏟아 부은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국 당국은 올 상반기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한 1168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최근 7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세계경제 침체와 3년간 21%가량 절상된 위안화는 성장의 기관차였던 수출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 바람에 성장률은 6년 만에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상승률은 8%를 웃돈다. 2001년 이후 구가하던 ‘고성장-저물가’ 시대가 끝날 조짐이다. 일각에선 내년 성장률이 7%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을 내놓는다. 주가지수가 반 토막 나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현상을 ‘경기 경착륙’의 근거로 제시한다. 강(强)위안화에 힘입어 내수가 확대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세 번의 논설을 통해 향후 경제운용 목표를 ‘안정적 발전’이라고 제시하면서 ‘물가 안정’을 주문했다.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중국 경제가 지금처럼 복잡한 변수들을 한꺼번에 만난 적도 드물다. 잇따른 자연재해에다 국제유가 상승, 위안화 평가절상, 기업 수익성 악화, 금융부실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갈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체제의 ‘안정 없이 개혁 없고, 개혁 없이 안정 없다’는 통치 이념은 도전받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진작부터 태풍권에 들어섰다. 중국 관련 펀드에 들어간 25조원 가운데 손실규모가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림픽 랠리’를 주장하던 중국 전문가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떨어지면 대중(對中)수출은 2.5%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기업들의 자금 압박도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덤핑 수출에 나설 경우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제품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보다 올림픽을 먼저 치른 도쿄와 서울에선 잔치가 끝난 뒤 ‘올림픽 후유증’을 앓았다. 중국도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 베이징 정부가 ‘안정’에 방점을 찍는 차이나 리스크 시대에 위험과 기회 요인을 다시 가다듬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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