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나 무솽솽 … 인간 한계 들어 올린 장미란의 ‘네 박자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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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이 용상 경기에서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기 앞서 숨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75㎏급에 출전한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을 들어 올린 것은 여자로서 ‘가꾸기’를 뒤로 미룬 채 체중을 불리고 체력을 다진 결과다. 과학적인 분석과 치밀한 작전도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을 무더기로 작성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체중 불리기=장미란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더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기 위해 몸무게를 불렸다. 여자의 아름다움을 포기한 채 체중을 늘리는 한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웠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무솽솽(중국)에게 패한 뒤다. 그 결과 113㎏이었던 체중이 118kg으로 불어났다. 몸무게가 늘면서 기록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시안게임에선 합계 313㎏을 들어올리는 데 그쳤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326㎏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몸무게 5㎏을 늘린 것이 13㎏의 기록 향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과학적인 분석=장미란은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까지만 해도 바벨을 들 때마다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체육과학연구원의 문영진 박사는 3차원 영상과 근전도 분석을 통해 어렸을 때 왼 무릎을 다쳤던 장미란이 역기를 들어올릴 때 오른발을 뒤로 빼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리 근육의 좌우 밸런스가 안 맞아 잔부상도 잦았다. 문 박사는 “잘못된 동작을 바꾼다면 10kg은 더 들어 올릴 수 있다”며 밸런스를 교정할 것을 권했다. 이에 따라 장미란은 오른쪽보다 근육량이 적은 왼 무릎 신근과 고관절 신전근 등을 단련했다. 3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좌우 근육량은 지난해 말부터 비슷해졌다.

◇치밀한 작전=여자대표팀 오승우 감독의 작전도 돋보였다. 1차 목표는 금메달 획득, 2차 목표는 세계신기록 작성으로 정한 뒤 구체적인 전략을 짰다. 장미란이 인상에 약한 점을 감안, 인상 세계기록 도전은 한 차례만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선수들이 124kg을 드는 사이 장미란은 힘을 비축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무대에 올랐다. 그러고는 가볍게 140kg을 들어 올리며 첫 번째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용상 1차 시기 도전은 175㎏으로 정했다. 금메달 획득을 위한 최소한의 무게였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이것도 가볍게 들어 올려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2차 시기부터 세계신기록에 도전했다. 종전 세계기록(탕궁훙·182㎏)보다 1㎏ 무거운 183kg에 도전했고, 이것도 한 번에 성공시켰다. 3차 시기는 예비 신청한 184㎏보다 2kg이나 무거운 186㎏으로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세계신기록을 들어 올렸다.

◇체력 단련=장미란은 이날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다른 선수들과 기록 차이가 너무 많이 나 다른 선수들이 경기(세 차례 시기)를 모두 끝낸 뒤 혼자서 잇따라 세 차례나 바벨을 들어야 했다. 바벨의 무게가 가벼운 순서부터 차례로 치르는 경기방식 때문이다.

오 감독과 장미란은 이를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짧은 시간 내에 무거운 역기를 연속해 세 번 이상 드는 모의 훈련도 병행했다. 그 결과 장미란은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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