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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독도에서 맞은 일출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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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새벽 5시40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 독도. 구름 사이로 붉은 해가 떠오르자 갑판에 나와 있던 180여명이 이곳저곳에서 “우와” 탄성을 질렀다. 경북 영덕고 정한솔(16)군은 “독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이렇게 일출을 보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강릉여고 3학년 양미애(18)양도 “책에서만 보던 독도를 직접 보니 우리 땅인 게 실감나고 감동적”이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동북아역사재단 홍성근 박사는 “변덕스런 독도의 기상 탓에 일 년에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은 40여일 밖에 안된다”며 “이렇게 독도의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했다.


이들은 올해 동북아역사재단이 건국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마련한 독도 청소년 캠프 참가자들이다. 13일부터 광복절까지 2박3일로 진행되는 이 캠프에는 전국 19개 중고등학교 학생 95명과 전국지리교사연합회 소속 교사 46명 등 180여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대부분 올 3월부터 각 학교에 만들어진 ‘독도사랑반’동아리에서 활동해왔다. 캠프를 처음 제안한 최병천 전국지리교사연합회 회장(중동중 교사)은 “앞으로 독도는 젊은 세대가 지켜야할 곳인 만큼 학생들이 직접 독도를 경험하고 알게 하자는 취지”라며 “동아리를 만든 것도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게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새터민·일본인·독도주민도 참가=참가자 중에는 감회가 남다른 이들도 있었다. 새터민ㆍ다문화가정 학생, 소년소녀가장 20여명 등이다. 특히 북한 남포에서 태어났지만 5년 전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탈북한 서울 K중 2학년 김명수(15ㆍ가명)군이 그랬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김군은 “북한에서는 배운 적이 없어 독도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2년 전에 우연히 일본에 항의하는 내용의 독도 포스터를 보고서야 독도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 이렇게 보니 ‘우리 땅’이라고, 소중한 곳이라는 게 실감난다”며 “돌아가서 부모님과 초등학교 5학년 여동생, 같은 동네에 사는 탈북자 형 동생에게 독도를 보여주고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인 교사도 있었다. 2005년에 “한국 친구들이 좋아서”한국에 온 뒤 지난해부터 대구 원화여고에서 일본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오카모토 유키츠부(31)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오카모토는 “주변 선생님이 캠프에 대해 소개해줘 직접 독도를 눈으로 보고 싶은 생각에 왔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다른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 불편해할 것을 우려한 주최측은 그에게 ‘오상진’이라는 한국식 이름이 적힌 명찰을 줬다. 참가자들이 일본을 비판하는 것도 지켜봤고, ‘독도, esat sea of korea’라고 적힌 티셔츠도 입었다. 그는 “솔직히 아직도 독도가 한국땅이란 걸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으로 양측에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했다.

◇건국 60주년, 독도는 축제 한마당=학생들은 13일 부산 해양대에서 6000톤 대형 선박인 ‘한바다’호에 승선한 이후 다양한 독도 관련 활동을 펼쳤다. 독도 모형을 만들거나 대중가요를 독도 관련 가사로 바꿔 부르는 행사도 열었다. 가수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개사해 발표한 대구 송현여고 2학년 박경숙(17)양은 “3월부터 독도 사랑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독도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면서 “보다 재미있고 색다르게 독도를 이야기하기 위해 신나는 곡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승무닮은 독도’를 주제로 학생들과 독도 모형을 만든 김숙 광주 운암중 교사는 “이런 모형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 속에 독도가 깊이 새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삽화와 만화,시,수필 등 다양한 문학 활동을 통해 독도를 표현했다. 울릉도로 자리를 옮겨 독도박물관, 독도전망대도 탐방했다.

안산 강서고 김다혜(17)양은 “독도 사진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는데 이렇게 독도를 가까이에서 보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러한 청소년 캠프를 매년 열 계획이다.

독도·울릉도=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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