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新10대>7.한국판 遊少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이버 스페이스를 넘나들며 현실과 가상현실의 동시체험을 통해성장하는 신10대들에게 성(性) 또한 이전의 그 또래와는 다른문화의 세계다.
도시화.서구화의 영향아래 확산되어온 「개방」과 「향락」의 연장선에서 사이버세대들은 이제 새로운 차원의 문화로 옮겨가는 추세다.그리고 그것은 일단 기성윤리의 「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취재팀은 충격적인 현장을 확인했다.여행사 직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의 제보로 이른바 「유소녀(遊少女)」,여고생 매춘현장을 목격했다.이웃 일본에서는 70년대에 이미 문제가된 현상이지만 국내에서의 처음 목격은 기자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오후8시쯤 서울은평구 연신내 전철역 인근 K편의점 앞에 3명의 여성이 나타났다.어색한 화장으로 「위장」했지만 앳된 외모를 감추지 못한 그들은 어둠 속에서주위를 살피며 편의점 주변을 서성거렸다.잠시후 승 용차 두대가다가왔다.차안에 탄 회사원풍 30대 남성들과 몇마디 주고받고선이들은 차에 탔다.차는 코앞의 여관촌으로 사라졌다.
추적 결과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서울시내 여고3년 재학생이었고 무선호출을 통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鄭모(18).
金모(17).兪모(18)양.
『지난해 초여름께 친구가 「한건 하자」기에 시작했는데 그뒤로계속하고 있어요.뭐 어때요.돈도 벌고 재밌잖아요.』 리더격인 鄭양은 지난해 6월 고교에 진학하지 못해 유흥가로 빠진 중학 동창의 권유로 매춘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金양은 『학교 친구.후배들 7명과 함께 일한다』면서 20여명의 단골고객 이름과 호출기번호가 빼곡이 적힌 수첩을 아무렇지 않게 펼쳐보였다.
결석.가출 등 눈에 띄는 행동이나 외박은 일절 안한다고 했다.고객 상대도 한달에 3~4번 정도.鄭양은 부친이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비교적 유복한 집안의 둘째딸이고 집에서도,학교에서도 얌전한 학생이다.
이들에게 죄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유흥업소가 밀집한 서울송파구잠실동의 일명 「뒷구정동」거리에서「보도사무실(불법 직업소개소)」을 운영하는 金모(32)씨는 『유흥업소에 제발로 찾아오는 여자중 3분의1 정도가 10대며 대부분 가출소녀나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이지만 간혹 재학생도 끼여있다』고 귀띔한다.물질만능주의.향락풍조.불건전한 사회환경과 어른들의 무관심속에 10대들은 변질된 성문화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90년대 10대의 성문제는 경제적 이유로 성을 상품화했던 60,70년대는 물론 인신매매 같은 80년대의 범죄적 차원이나제한된 성적 탈선 등과도 다르다.
요즘 10대들 사이엔 「감추는 성」에서 「드러내는 성」으로,「억압받는 성」에서 「즐기는 성」으로 성의식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이버공간은 10대들에게 성적 관심을 충족하는 밀실이기도 하다. 세계 전역에서 문제되고 있는 「음란물 들추기」는 사실상 어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 H중 3년 鄭모(15)군은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모니터에 떠오른 것은 낯뜨거운 외국 누드모델 사진들이다.
농경사회.산업사회에서 성장한 어른들의 감각으로는 짐작이 어려울 만큼 요즘 아이들은 성에 일찍 눈뜨고 거리낌이 없고 아는 것이 많으면서 위태로울 만큼 무지하기도 하다.
『쉬는 시간만 되면 반까지 찾아와 「진지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옆반 아이들이 갈수록 늘지만 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해요.』 서울 D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李명순(26.
여)교사가 토로한 고충이다.
지난해 12월28일 서울동대문구전농동 D비디오방에서 여자 친구와 성관계하다 적발된 朴모(17.고2)군.朴군은 경찰에서 『왜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느냐』고 항의,오히려 수사관들을 놀라게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내 남녀 중.고생 3천여명을 대상으로 성의식을 조사했던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정경균(鄭慶均.61)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불과 40%만이 순결을 지키겠다고 답변했어요.90년대 청소년들의 성의식은 한마디로 개방화 차원을 벗어나 성을 단순한 소모품 또는 기호품정도로 여기는 성의 「몰(沒)가치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광혜병원 신승철(辛承哲.신경정신과)원장은『제도권 교육에서 성문제를 다루는 것을 여전히 금기시 하는게 가장 큰 문제다.가정.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할 때다』라고 말한다.
『일본 청소년들의 성일탈은 이제 손을 쓰기 어려운 단계입니다.한국에도 일본과 유사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한국으로선 바로 지금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나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성의식을 심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시기입 니다.』 일본 청소년 성문제 전문가인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대 교육심리과후쿠토미 마모루(福富守)교수는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