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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13.두산그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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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을지로 1가 두산빌딩 21층.이곳에 두산그룹 창업주(故朴承稷전 회장)의 3세 4형제들이 나란히 사무실을 마련하고 두산을 움직이고 있다.두산 임직원들이 흔히 영문 약자로 일컫는 이들 오너 실세 4형제는 YK(朴容昆그룹회장.6 4),YO(朴容旿그룹총괄부회장 겸 두산상사회장.59),YS(朴容晟그룹총괄부회장 겸 OB맥주회장.56),YM(朴容晩그룹기조실장 겸 동아출판사 부사장.41)등이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도 대개 방문을 열어두는경우가 많다.임직원들이 지나가면서 방을 들여다보면 컴퓨터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는 오너 형제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회장은 지시사항을 직접 전자메일로 내려보내기도 한다.여느 회장사무실과 달리 장식이 별로 없는 이들의 사무실 모습과 근무양태에서 두산의 기업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들 오너 형제는 권위나 형식을 비교적 멀리한다.연초의 그룹신년하례식이 우선 없다.朴회장이 외국출장을 가고 올 때도 별도로 공항영접을 않는다.오너들의 컴퓨터활용등 앞선 부분이 있는가하면 소탈하기도 한 이 그룹 분위기는 딱히 朴 회장 개인성향 때문이라기보다 1백년을 이어온 오랜 그룹 전통으로 이해하는 임직원들이 많다.
두산그룹은 고(故)박두병(朴斗秉)전회장의 장남인 박용곤씨가 81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국내 그룹기업중 처음 3세체제를 열었다.6남1녀중 경영에는4형제가 참여하고 있다.이들은 모두 명문고와 명문대,외국유학등의 고학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오너 형제들끼리 영어로 회의를 할 정도다.
두산경영은 朴회장을 중심으로 4형제가 의견을 절충해 이뤄지는게 특징이다.이견이 있을 때는 형(회장)이 결정한 것을 동생들이 따르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이들은 업무를 적절히 분담하고 있다.장남 박용곤회장이 그룹 전체를 이끄는 가운데 인사권을 쥐고 있다.그 아래 차남 박용오,3남 박용성씨등 2명의 그룹 총괄부회장은 대외업무와 안살림을각각 맡아 맏형인 회장을 보좌하는 구도다.
5남 박용만씨는 작년말 기조실장(부사장급)으로 취임해 박용성부회장과 함께 그룹 안살림의 실무를 맡고 있다.이들은 지금까지잡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는 게 주위 얘기다.선친인박두병 전회장이 엄격히 강조한 「인화(人和) 」교육 영향이라는것.이들은 거의 매주 일요일 서울 성북동 노모 집에서 회동한다. 朴회장은 경동고와 미국 워싱턴대를 나와 81년 그룹회장에 취임했다.페놀사건으로 취임 11년째인 91년 정수창(鄭壽昌)전대한상의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고 물러났다가 2년만에 복귀하는 곡절도 겪었다.
과묵한데다 회의 때도 주로 듣는 편인 朴회장은 그룹의 굵직한일만 챙기고 나머지는 다른 형제 경영자나 사장들에게 위임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朴회장은 말단사원 채용에서부터 사장단 인사까지 그룹 임직원에 대한 인사만큼은 직접 행사한다.그룹 인화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면접등을 통해 손수 체크한다는 것.
박용오 부회장은 朴회장과는 대조적으로 활달한 스타일이다.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농담도 잘 하고 회의중 직원들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권하기도 한다.발도 넓어 경제단체나 정부등 그룹 대외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계열사중에는 두산상사와 건설, 야구단인 OB베어스 등을 주로 관장한다.
***박용성씨 그룹 안살림 KS(경기고.서울대)출신인 박용성부회장은 계열사의 안살림을 맡아 모든 실무를 총괄한다.한국투자금융.한양투자금융 등을 거쳐 74년 두산식품 전무로 그룹에 참여했다.금융통으로 숫자에 밝고 치밀하다는 평을 듣고 계열사 주류(酒類)업무 를 총괄한다.
역시 KS출신인 박용만 기조실장은 셋째형인 박용성 부회장 지시를 받아 그룹 경영혁신을 지휘하고 있다.은행원 생활을 한 뒤두산으로 돌아와 사우디건설현장,경리.마케팅부문 등을 거쳤다.늘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신기한 것을 찍어 이를 경영에 반영할 정도의 사진광(狂).증권업계의 대부격인 강성진(姜聲振)전 증권업협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두산은 핵심경영진에 이들 오너 4형제 외에도 친인척과 학교동창들이 다수 포진해「보수적 인맥구성」이란 평도 듣는다.
장녀 박용언(朴容彦.63)씨의 부군으로 변호사인 김세권(金世權.65)연강재단이사장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자문역을 주로 맡고 있다.
두산그룹은 매분기 사장단회의를 열어 실적을 점검하고 이후 계획도 세운다.또 회장.부회장.사장들이 참석하는 그룹 운영위원회는 상.하반기와 연말등 연중 세번 회의를 열어 굵직한 사업현안을 논의한다.
***부회장6명 계열사포진 그러나 주요 현안은 수시로 오너인朴씨 4형제 경영인과 주요 부회장,사장들이 협의해 결정한다.
사장들의 권한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공채 출신이거나 朴씨 친인척.동창생등으로 오랫동안 두산에 몸담아온 사람들이 많다.
주요 계열사에는 6명의 부회장이 각각 포진하고 있다.OB맥주의 고종진(高宗鎭.59)부회장,두산건설의 민경훈(閔庚勳.58)대표이사 부회장과 박용훈(朴容勛.54)부회장,두산동아의 김현식(金炫植.63)부회장,두산개발의 민병준(閔丙晙.6 3)부회장,삼화왕관의 김훈(金勳.61)부회장 등이 그들이다.이 가운데 高부회장과 민경훈부회장은 박용오 그룹부회장과 경기고 동기동창이다. 특히 두산건설은 매출이 OB맥주보다 많은 그룹내 1위 기업인데다 두산개발.두산엔지니어링 등으로 분산돼 있는 건설분야를 연내에 두산건설로 통합할 예정이어서 민경훈부회장의 역할이 더욱커질 전망이다.
高부회장은 64년 공채1기로 들어온후 동양맥주.OB씨그램.베리나인 사장등을 역임한 그룹내 주류 전문가.그룹 원로대접을 받으면서도 OB맥주등 4개 술 관련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다. 박용훈 두산건설 부회장은 朴회장의 사촌동생으로 두산식품의전무와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현식 두산동아 부회장은 朴회장과 경동고 동기동창으로 85년동아출판사 인수 후 10여년간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朴회장의 고종사촌동생인 민병준 두산개발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발이 넓어 광고주협회장을 맡고 있다.
93년 삼화왕관 인수 때 두산으로 옮겨온 김훈 삼화왕관 부회장은 서울상대 졸업 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세무관료출신.
주력계열사 사장으로는 우선 그룹 간판기업인 OB맥주의 유병택(柳秉宅.52)사장을 들 수 있다.경리와 기획통이며 OB맥주에서 오래 근무해 술도 잘안다.
최종인(崔鍾仁.53)두산상사 사장은 뉴욕지사장.수출관리부장 등을 거친 그룹내 수출통.체구가 작고 빈틈없는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은종일(殷鍾一.56)기조실 사장은 합동통신 정치부장과 연합통신 전무를 지낸 뒤 91년 두산으로 옮겨와 그룹 홍보를 맡고 있다.
현재 연강재단 이사인 정수창전 두산그룹회장은 간간이 그룹 일의 자문에 응한다.
두산그룹에는 朴씨 집안의 4세 4명이 근무하고 있다.朴회장의자제로는 장남 박정원(朴廷原.34)OB맥주 이사와 차남 박지원(朴知原.31)두산상사 차장이 있다.또 박용오 부회장의 장남 박경원(朴京原.32)씨는 두산상사 동경지사 차장 ,박용성 부회장의 장남 박진원(朴原.28)씨는 두산음료 대리로 각각 일하고있다.그룹이 분화되는 한국적 현실에서 이들이 두산의 4세대 경영자로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거리다.
***창립100돌…변신의 몸짓 두산은 올해 창립 1백주년을 맞지만 보수적 경영으로 역사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얘기도 듣는다.수년 전부터 연봉제를 도입하고 인사개혁을 하는 등 경영혁신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계열사를 10개나 줄이면서 음식료 위주에서 벗어나 정보통신등 미래사업쪽으로의 다각화에도 나섰다.페놀사건 이후에는 환경경영도 강조하고 있다.1백주년을 넘기면서 두산이 어떻게 변신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다음은 한보그룹편>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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