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버이날 맞아 다시 생각해본 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예로부터 가장 큰 가치덕목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효.전문가들은 대가족제도의 농경사회가 핵가족 단위의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진정한 의미가 점점 엷어지고 있는 효 사상을 현대에 맞게 다시한번 추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함께 살면서 마음을 편하게해드리고 노후에 의.식.주에 불편함이 없이 부모를 모셔야 진정한 효도라는 전통적 개념이 전반적인 사회변화에 걸맞게 합리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
서울대 손봉호(孫鳳鎬.사회교육과)교수는 『자녀의 기본권이 무시되고 무조건적인 복종이 강요될 소지가 많은 고전적 의미의 효는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자신의 존재를 가능케한 부모에 대한 존경과 감사한 마음은 당연히 계승돼야 하지만 자녀의 기본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朴在侃)소장은 『한집에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려야 효도라는 개념은 핵가족 시대를 맞은 이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따라서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고 바쁜 가운데서도 가능 한한 자주 부모와 접촉할 기회를 갖는게 효의 진정한 현대적 의미라고 분석.노인들에게 진정 필요한건 용돈이나 생활비가 아니라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것. 한국노인의전화 서혜경(徐惠京)상임이사는 『지난 94년3월부터 96년1월까지의 전화상담 내용을 보면 전체 상담사례 5천4백30건 가운데 37.8%인 2천55건이 취업관련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일을 할 여력이 있는 부모에겐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게 가장 큰 효도』라고 주장한다.또 정부도 효는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노인관련 복지시설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사회가 효를 대행한다는 인식전환이 필 요한 시점이라는 것.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김병렬(金秉烈.어린이인성교육연구회장)교장은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최소한의 희생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게 효도의 밑거름』이라는 견해를 밝힌다.그는 『예전의 무조건적인 희생강요도 탈이지만 자녀의 요구 에만 따라주는 요즘의 세태는 더 큰 문제』라면서 현대와 고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효 개념 정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김명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