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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쓴 '금호신화'…창단 4년 만에 첫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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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회장(右)이 MVP로 뽑힌 김지윤을 축하해주고 있다. [연합]

꼴찌의 반란.

금호생명이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생명을 꺾고 여자농구 왕중왕에 올랐다. 2000년 팀 창단 이래 만년 꼴찌팀이 전통의 농구 명가를 완파한 깜짝쇼.

정규리그 3위인 금호생명은 2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4 여자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삼성생명을 73-68로 꺾고 종합전적 3승1패로 대회 첫 패권을 차지했다. 1차전 패배 이후 내리 3연승.

포인트 가드 김지윤(13점.4어시스트)의 능란한 볼 배급이 돋보였고, 외국인 선수 딘나 레니 잭슨(28점)이 코트를 휘저었다. 김지윤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접전 끝에 1쿼터를 22-22로 마친 두 팀의 명암은 2쿼터부터 서서히 갈라졌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경기에서 '국가대표 4인방'으로 불리는 박정은.이미선.변연하.김계령과 외국인 선수 바바라 패리스만을 집중 가동한 탓에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반면 금호생명은 높이와 스피드를 갖춘 잭슨이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면서 착실하게 득점, 2쿼터를 38-33으로 앞선 뒤 3쿼터 초반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 삼성생명은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변연하의 3점슛으로 68-71, 3점차까지 쫓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코트로 내려가 선수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박회장은 임원진 30여명과 경기를 관전했다. 박회장은 이어 신라호텔에서 가진 우승축하연에서 "만년 꼴찌 소리가 듣기 싫어 팀 해체까지 생각했었다"면서 "두둑한 우승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지도자상을 받게 된 금호생명 김태일 감독은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다. 감독 취임 첫해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다. 김지윤과 이언주가 고맙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성백유 기자

*** 파격적인 투자, 알짜들로 물갈이

금호생명이 '만년 꼴찌'라는 단골 수식어를 벗었다. 어찌 보면 2004 겨울시즌이 시작되면서 예상된 일이었다. 감독과 주전선수들 모두를 정예로 새로 짜 시즌을 맞았기 때문이다.

외곽은 국민은행의 특급 포인트가드 김지윤과 신세계의 명 슈팅가드 이언주가 채웠다. 지난해 11월 여자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난 두 선수다. 스타급 선수에 목말랐던 금호생명은 시장에 나온 두 대어(大魚)를 놓치지 않았다. 꼴찌팀이라는 이유로 신인드래프트 1위로 '특급 신인' 정미란도 받았다.

같은 이유로 2002년 겨울 정규리그에서 국민은행을 승리로 이끈 정통센터 타미 셔튼-브라운을 입단시켰다. 게다가 '숨겨진 보물' 디애나 잭슨마저 덤으로 얻었다.

지난해 10월 팀의 네번째 사령탑으로 들어온 김태일(44)감독은 그래서 행운아라는 말을 듣는다. 프로농구 지도자 경력이라고는 2년반의 코치와 4개월간의 감독대행이 전부였다.

금호생명은 2000년 창단 이후 한 번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해 매년 특급 신인과 최고의 외국인선수를 선택해왔다. 그러면서도 7시즌 내내 꼴찌를 했던 금호생명은 21일 기어이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팀의 역사를 새로 썼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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