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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영 "바벨 놓지 않은건 준비했던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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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건 그 시간조차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죠.” 한국 역도의 베테랑 이배영(29ㆍ경북개발공사) 선수는 지난 12일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69kg급 경기 인상에서 184kg을 들어올리던 중 쥐가 난 왼 다리가 뒤틀리면서 바벨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배영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용상 2차 시기에 2kg을 늘린 186kg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마지막 3차 시기, 끝내 역기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배영은 바벨을 잡은 채 엎드려 잠시동안 일어서지 않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을 거머쥔 이배영은 4년을 기다렸다. 이번엔 금메달을 확실히 목에 걸어야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이배영은 14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당시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배영은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면서 4년을 기다렸다. 경기를 치르는 2시간 가량의 시간은 4년 동안 투자한 시간에 비해 굉장히 짧았다"며 "(다리가) 아프지만 그동안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 바벨을 놓고 싶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다리 근육에 경련이 있었던 경위에 대해선 "역도 종목 특성상 어느 한곳이라도 긴장감을 놓을 수 있는 근육 부위가 별로 없다. 내 경우 쥐가 잘 나지 않는 타입인데 이번 경기에는 관리를 잘못했는지 난생 처음 쥐가 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쥐가 난 뒤 바늘로 (다리를) 수십 번 이상 찌르고 스트레칭을 많이 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2kg 중량을 올렸지만 두 번 다 실패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배영은 현재 상태에 대해 "그날엔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실격인데도 국민이 성원해 주셔서 많이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선수단 주치의인 박진영 박사는 지난 13일 "이배영의 왼 발목 인대 일부가 손상됐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라며 "3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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