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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포럼>프로스포츠 자유계약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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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끼니 걱정을 하며 아무 직장이든 좋다던 시절이 있었다.이때는직업선택의 자유가 「그림의 떡」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은 지금은 지나간 시절 얘기다.그런데 아직도 직업은 고사하고 직장선택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를 보자.가끔씩 터져나오는 연봉이나 이적(移籍)을 둘러싼 선수와 구단간 줄다리기.심하게는 법정으로,또 국제적인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다.
구단은 돈 몇푼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려는 선수를 얌체라 하고언론은 스카우트열풍을 꾸짖는다.선수는 『우리가 노비냐』며 항변한다. 이들 마찰은 프로스포츠의 독특한 고용구조 때문에 생긴다.우리나라는 한번 어느 구단에 속하게 되면 그 구단이 선수더러「필요없다」하기 전에는 다른 구단으로 옮기지 못한다.
자유계약(Free Agent:FA)제가 실시되면 프로선수들도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선수는 손뼉을 칠 일이고 구단입장에서는 펄쩍 뛸 일이다.
FA제도가 확대될 경우 「부자」구단이 좋은 선수들을 다 몰아가게 돼 경쟁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비경쟁적인 구조를 야기하게된다고 한다.결과가 뻔한 경기를 누가 와서 보겠느냐는 얘기다.
따라서 프로스포츠가 위축된다는 주장이다.
FA제 확대실시에 관한 논의 핵심은 프로스포츠를 경제활동으로볼 것이냐다.경제활동이라면 고용자가 고용관계유지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가 경제활동이 아니라면 문제는 다르다.그러나 한해에5백40만명의 소비자(관중)가 2백억원이 넘는 돈(입장료)을 내고,4백76명의 인원(선수)이 제공하는 서비스(경기)를 받는것을 비경제활동으로 보기는 힘들 것같다.
피고용인이 임금흥정을 하거나 다른 직장에 일자리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계약이 있다면 그 계약은 불평등하다.이런 관점에서프로야구 규약이 정하는 선수계약은 불평등계약이라는 견해도 있다.그러나 한국에서 프로선수로 뛰어야 할 선수로서 는 큰 목소리를 낼 입장이 아니다.
선수활동을 하나의 서비스상품으로 본다면 프로야구는 구매자(구단)가 지배하는 시장이다.구단측이 「야구선수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 경쟁도입이 근본 치유책이지만 프로스포츠의 경우 구단들이 서로 경쟁을 원치 않고 있어 해결책이 쉽지 않다.
또 구단이 「집단」으로 시장을 장악한다는 점에서 「담합」으로볼 수도 있다.
프로스포츠도 경쟁을 도입해야 할 경제활동인가,상대적으로 힘없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구단들이 얼마나 수용해야 하는가,프로스포츠의 앞날을 위해 한번쯤 짚어봐야 할 주제다.
김정수 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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