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른들 스스로 부정의 벽 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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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10대들을 언뜻 보면 80년대의 「신세대」와 크게 다를바 없다고 느껴진다.과중한 학업과 가정.학교의 통제에 억눌리면서도 때론 「튀는」 행동으로 어른들을 심란케하는 이전의 10대와 같게 보인다.
그러나 청소년 전문가들은 요즘 10대를 공업화.도시화로 상징되는 「산업화 시대」의 성과물을 향유했던 지금의 20~30대와구별되는,또 다른 신세대라고 정의한다.8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자리잡은 정보통신.멀티미디어 등을 통해 사고와 행동양식마저 달리하는 「정보화 시대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은 80년대 컬러 TV의 등장과 함께 색감.색채가 풍성한 환경에서 성장해오면서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감각적인 성향을 보인다.이같은 특성으로 패션.대중음악.영상매체에서 나타나는 신(新)문화조류와 신소비 성향을 수용,창출하기 도 한다.
또 10대들은 국제화.세계화된 세대다.위성방송과 인터네트로 물리적인 국경과 시간을 초월하는 「축지법」같은 놀라운 적응력이한국의 10대들을 세계의 10대들과 하나로 묶고 있다.
이밖에 철저한 개인주의,첨단전자기기에 대한 친숙성,개방된 성의식,개성과 여가 중시도 90년대 청소년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질이다. 요즘 10대들이 이렇듯 기성세대는 물론 청년층 세대와도차이가 나는 것은 각 세대가 경험한 경제.정치.사회.문화적 제(諸)환경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50대는 식민지.동족상잔 등 비극의 시대를,40대는 주린 배를 움켜쥐며 전후복구시대를.20~30대는 본격적인 경제 개발시대를 각각 살아가며 정치적 자유.경제적 풍요를 삶의 목표로 뛰어왔다.이들은 공통적으로 개인보다 가정.사회 .국가 등 집단 공동체를 중시하고 과정보다는 외형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때문에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풍요와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앞선 세대의 업적을 폄훼(貶毁)하거나 부정하는 청소년들에게 불만과 반감을 표시한다.
반면 10대들은 사회의 자율화.개방화가 급속히 진행돼 물질적풍요와 안정이 당연시되는 80년 이후에 태어났다.따라서 이들에겐 보릿고개 시대의 궁핍과 군부통치 하의 억압만을 상기시키는 기성세대의 조언과 격언들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거리감으로 인해 10대들과 이전 세대 사이의 가치관의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이같은 갈등과 부정(否定)의 벽을 허물고 조율해 나가는 것은 여전히 어른들의 몫이다.지속적인 관심과 참을성 있는 교육으로 21세기의 주인인 10대들의 잠재력과 꿈을 올바른 곳으로 인도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김옥순 한국청소년문화硏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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