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역도 박현숙 괴력 북한 12년 만에 ‘금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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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첫 금메달을 안긴 박현숙(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코칭 스태프를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북한 역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여자역도 63㎏급에 출전한 북한의 박현숙(23)이 북한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북한 역도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이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계순희(유도) 이후 12년 만에 나온 금메달이었다.

박현숙은 이날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역도경기에서 합계 241㎏을 들어올려 이리나 네크라소바(카자흐스탄)를 1㎏ 차로 따돌렸다.

박현숙은 용상 135㎏ 마지막 세 번째 도전에서 큰일을 해냈다. 인상에서 106㎏을 들어올린 뒤 용상 135㎏에 도전했던 그는 이전의 두 차례 시도에서 모두 실패해 실격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그러나 박현숙은 마지막 시기에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바벨을 힘껏 들어올려 감격의 금메달을 따냈다.

박현숙이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체육관은 갑자기 술렁였다. 키 155㎝인 그가 금메달을 따내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박현숙 자신도 경기가 끝난 뒤 “제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박현숙이 금메달을 따낸 데는 행운도 따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63㎏급에 출전했던 박현숙은 합계 240㎏(인상 105㎏, 용상 135㎏)을 들어올려 3위에 머물렀다.1위에 올랐던 중국의 류하이샤(합계 257㎏)에게 무려 17㎏이나 뒤졌기 때문에 그는 아예 우승 후보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 체급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통숙 파위나(태국)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하지만 여자 역도에서 쿼터 4장을 확보한 중국이 메달 경쟁력을 감안한 끝에 이번 올림픽에 48㎏급과 58㎏급, 69㎏급, 75㎏급에 네 명을 내보내고 63㎏급은 제외하면서 박현숙의 행운은 시작됐다. 더구나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통숙이 지난 3월 고질적인 오른 무릎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것도 박현숙에겐 청신호였다.

박현숙은 경기를 마친 뒤 우승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장군님께 영광을 드리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답할 때마다 ‘장군님’을 들먹였다.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었느냐”란 질문이 이어지자 “1등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1등을 하고 나니 우리 장군님 생각에 기쁨과 영광이 솟구친다”고 대답했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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