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패배 민주당 수뇌부 돌파구 찾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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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패배 후유증에 허덕이던 민주당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조기개최」「당 지도체제 개편」이라는 두 종류의 카드가 그들이 마련한 해법이다.
총선 이후 10여일간 「잠적」해 있다가 23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은 당무복귀를 선언하며 당 추스르기에 나섰다.그러면서 『하루 속히 단일지도체제를만들고 전체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나가면 민주 당은 얼마든지살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원기(金元基)공동대표도 『이번 주말까지 당내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지만 돌파구는 역시 조기 전당대회밖에 없다』는입장이다.거기에 이부영(李富榮).이철(李哲).박계동(朴啓東)의원등이 주축인 「새정치주체 선언 그룹」도 조기전 당대회에 대해서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따라서 당초 8월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는 빠르면 15대국회 개원전인 5월말,늦어도 6월에는 치러질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기전당대회가 과연 갈가리 찢어진 당을 봉합하는 묘약(妙藥)이 될지는 의문이다.경우에 따라선 정반대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당의 분열이 급격히 가속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기택고문계나 김원기대표측근들,개혁그룹 모두가 조기전당대회 개최에는 동의한다.그러나 『어떻게 지도체제를 개편할거냐』는 내용에 대해선 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金대표는 『단일지도 체제를 만들긴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나서긴 뭐하고…』라며 슬쩍 발을 뺀다.하지만 곧 『그렇다고 마땅한인물도 없고…』라며 속마음을 드러낸다.金대표는 「대안(代案)부재」로 자신을 추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은근 히 기대하는 눈치다. 李고문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그는 단일지도 체제를 만들긴 하지만 자신이 배후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있는 인물을 앞세우고 싶어한다.현실적으로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李고문은 그걸 당연한 지분요구라고 생각하 는 것같다. 그러나 이부영의원 등 개혁그룹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펄쩍 뛴다.李의원은 23일 『일부에서 당권을 한곳에 모아 독차지하려 하는 모양인데 안될 말』이라며 잘라 말했다.개혁그룹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고 있다.단일대표를 두긴 하지만당내 중요한 결정은 집단의 의사를 따르는 체제를 말한다.
이같은 의견 차이는 평상시라면 물론 대화를 통해 조정될 수도있다.그러나 현재 민주당내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다.서로 『당을함께 못할 사람들』이라는 비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거기에다일부 당선자들은 『탈당을 하고 신한국당으로 갈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고육지책인 조기 전당대회가 과연 「대타협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파산의 전주곡」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종혁.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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