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슈퍼컴퓨터'시대 기업들 도입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기초연구분야에서나 쓰이는 것으로 인식되던 슈퍼컴퓨터가 자동차.건설.화학 등 산업분야에서도 쓸모가 많아 국내 기업들의 슈퍼컴퓨터 도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LG전자가 크레이 컴퓨터의 CS6416기종을 설치한데 이어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슈퍼급 T94A 및 미니슈퍼급 서버 J916기종을 1대씩 들여놓았다.
쌍용자동차.현대건설등 30대그룹 계열 5~6개사와 한국통신등이 현재 크레이사.후지쓰사 등 슈퍼컴 업체와 구매 상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소와 대학 등을 합쳐 슈퍼컴 구매를 고려중인 기관은 10곳을 넘는다는 것이 업계측의 얘기다.
슈퍼컴이 산업분야에 긴요하게 쓰이는 것은 오랜 시간 반복실험끝에 가능한 최적 제품의 모델을 연산 시뮬레이션으로 빠른 시간안에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
새 모델의 자동차를 만들 때 최소 1천대의 실험차를 만들어야한다.충돌실험만 하더라도 차체에 가해지는 충격뿐 아니라 탑승자의 인체에 미칠 충격까지를 계산하기 위해선 반복적인 실험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배기량 1천8백㏄급일 경우 실험차 제작에만 약 1천억원이 들어간다.그러나 슈퍼컴의 연산기능에 맡길 경우 실험차를 3백대정도만 제작해 실험하고 나머지는 시뮬레이션으로 정확한 충돌실험및주행실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신차 제작에 쓸 경비를 3분의2이상 줄일 수 있다.시뮬레이션 연산에 걸리는 시간도 일반 대형컴퓨터로 1개월 걸리는 자동차 충돌 1회시험을 슈퍼컴으로 1~2일이면 끝낼 수 있어 신차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있다. 이밖에 화학반응 분석,반도체 제작,대형건물이나 교량등의구조역학 계산,유통 물류기법 개발,통신 데이터분석에서 금융예측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분야에 용도가 다양하다.그러나 가격이 워낙 비싸 웬만한 재력으로는 구입이 어렵다.
슈퍼컴퓨터는 중앙연산처리장치 자체의 연산용량이 슈퍼급인 벡터형과 여러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합쳐 만든 초병렬처리형이 있다.미니슈퍼급이 10억원 내외,초병렬 대형기종의 경우 3백억원을웃도는 수준이어서 재벌기업들도 계열사가 구입한 슈퍼컴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텔 패러건과 크레이 YMP등 2대를 가동중인 삼성종합기술원의 경우 지난 1년간 자체 슈퍼컴 가동률은 4분의1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삼성전자등 계열사들이 쓴 것으로 집계됐다.
슈퍼컴의 연산이 요구되지만 자체구입 능력이 없는 기업에서는 시스템공학연구소에 의뢰,필요한 계산을 할 수 있다.50시간 사용기준 1백8만원.
87년 슈퍼컴 1호가 도입된 이후 현재 국내에서 가동중인 슈퍼컴은 모두 11대.
그러나 산업성장성과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슈퍼컴이 더 많이보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미국의 경우 2백50대가 넘었고 일본은 1백82대,유럽연합(EU)에는 1백23대가 설치돼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 유여백(兪如柏)슈퍼컴센터장은 『기종에 따라 슈퍼컴의 연산능력이 달라 일률적으로 따질 수는 없으나 현 상태에서 최소 30대 이상은 있어야 연구면에서나,산업경쟁력 면에서여유가 있을 것같다』고 진단했다.
윤재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