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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색과 형태 재조명 '블랙 앤드 화이트 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검은색만 칠해진 정사각형의 화면.한참을 그림에 집중해야만 캔버스 가운데 그려진 십자가 모양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검정에 빨강.파랑이 아주 조금 섞여 이같은 미묘한 표현을 내는 것이다.분명 붓으로 작업한 것인데도 단 하나의 붓터치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검정색을 내는 에드 라인하르트의 작품이다.
이와는 반대로 로버트 라이먼은 붓터치와 빛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흰색을 선택해 30년동안 흰색 모노크롬 작품만을 해오고 있다.
색에서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색을 표현하는 방법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 두 작가는 지난 18일부터 서울청담동 갤러리 서미에서 열리고 있는 『블랙 앤드 화이트』전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갤러리 서미의 큐레이터 김성희씨는 『틀에 박힌 색관념에서 탈피해 미술의 기본요소인 색과 형태의 의미를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검정과 흰색이 앞으로의 미술에 끼칠 영향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 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특정한 장르나 경향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흑과 백」이라는 주제로 이뤄졌다.
전시에 포함된 국내외의 작가 36명 가운데는 라인하르트나 라이먼 같은 한국엔 처음 소개되지만 현재 미국화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선명한 원색의 대비로 유명한 엘즈워드켈리도 그중 하나다.물론 이번 전시에서는 색은 배제되고 절제된형태만 남아있는 검은색 조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도널드 저드와 솔 르윗,댄 플래빈등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미니멀 계열의 작가를 비롯해 이사무 노구치의 조각,프란츠 클라인의 작품등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한국작가로는 70년대 백색 모노크롬을 이끌었던 박서보.이승조.정상화.정창섭을 비롯,변종하.김기린.문범등 작가 12명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갤러리 서미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5월4일까지 계속된다.(02)546 -9740.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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