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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영화"붉은 시편" 국내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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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혁명을 다룬 영화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헝가리영화 『붉은 시편』이 4.19를 기념해 대학가에서 특별상영된다.작품 속에서 「억압과 저항」의 주제를 끈질기게 추구해온 헝가리감독 미클로스 얀초(75)의 72년 작품인 『붉은 시편』은 그해 칸영화제에서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을 수입.배급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은 미완의 혁명인 4.19를 맞이해 자유와 진보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로 17일고려대에서 첫 특별상영을 가진데 이어 18일 낮12시 성균관대(760-1241)에서 무료시사회,오후6시 이화 여대(360-3571)에서 유료시사회를 각각 마련한다.극장개봉은 20일 예술영화전용극장인 동숭시네마텍.
1890년대에 헝가리에서 실제로 있었던 농민봉기를 배경으로 한 『붉은 시편』은 『전진! 전진! 우리에게 동등한 권리를』을외치는 농부들의 저항에 학살로 맞서는 지주계급과 군대의 처절한싸움을 묘하리만치 아름답게 그려내 충격적이다.
그 아름다움은 실제의 끔찍한 사건을 마치 한 편의 우화처럼 상징적으로,그리고 서정적인 영상미학으로 담아낸 데서 온다.하지만 영화는 직접적인 묘사보다 더욱 가슴에 아프게 와닿는다.광주민주항쟁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그린 국산영화 『꽃잎』과 여러 모로대조를 이룬다.
미클로스 얀초감독은 비판적인 의식으로 가득찬 내용들을 서정적인 영상과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로 묘사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붉은 시편』도 상징의 수법으로 힘없는 자의 저항과권력자의 폭력을 묘사한다.농부들의 저항은 이들이 헝가리의 민요와 혁명가요에 맞춰 마치 마을축제에서처럼 군무를 펼치는 것으로이루어진다.
이들이 춤을 추는 헝가리평원에서는 피가 붉은 장미로,약자의 평화적인 저항은 여성들의 누드로,폭력은 군대의 제복으로 각각 상징된다.
『붉은 시편』은 영화사에서 자주 거론되는 롱테이크(long take)기법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롱테이크가 흔히 정적이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붉은 시편』은 발레를 연상시키는 인물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에 힘입어 매우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카메라의 움직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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