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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 확대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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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 34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28일 워싱턴에서 기자들에게 주택금융 부실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맨 처음 맞닥뜨릴 도전 중 하나는 세계적인 강대국(global power)으로서 중국이 출현하는 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다. 나는 포용정책만이 성공의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대중 포용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효과적인 정책을 위해 워싱턴은 베이징이 직면한 이해관계와 도전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안정을 위해 경제성장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 과거 30년간의 경제발전은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었고 수억 명의 사람을 가난으로부터 구해냈다. 중국인들은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래의 성장이 바로 무역과 투자, 금융시장의 국제적 통합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지도 모른다’는 일부 미국인의 우려는 잘못된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베이징이 개혁을 완수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은 미국과 국제 경제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다. 미·중과 국제 사회는 중국의 국제경제 체제(global economic system)로의 성공적인 편입에 대해 공통 이해관계를 가진다.

미·중은 많은 이해관계를 공유하지만, 넓고 복잡한 관계에서는 늘 그렇듯이 중요한 차이점 또한 있다. 중국군 현대화와 지적재산권, 인권 문제 등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은 다양한 관점과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 문제들에 대해 일단 워싱턴은 미국의 이해를 지켜야 한다. 그로 인해 긴장이 유발될 수 있지만, 이것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겪는 일이다. 다만 긴장이 진보와 협력을 방해해선 안 될 것이다.

두 나라 간의 긴장에 대처하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미·중 전략경제대화(SED)를 발족시켰다.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중국의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워싱턴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중국에 필수불가결하며 중국은 국제관계를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생산적인 관계를 위해선 미·중 고위 지도자들이 최고 의사결정 단계에서 오해를 줄여나가야 한다.

SED는 서로를 대등한 대화상대로 인식하고 각종 이슈들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예컨대 지난해 5월 제2차 SED 회의에서 해결된 미·중 항공협정의 사례가 있다. 중국 측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 경쟁을 제한하려는 자세 때문에 실무 단계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SED에서 나는 이 문제를 우이 당시 부총리에게 꺼냈고, 양국 간 인력·상품의 교류 확대가 양국 관계를 얼마나 증진시킬지 설명했다. 이 협정을 통해 미·중 간 여객기 운항횟수는 2012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며, 화물항공회사는 운항 횟수·가격 규제 철폐에 힘입어 완전한 자유를 누릴 것이다.

인플레이션 없는 단기 성장, 지속 가능한 장기 성장을 위해 중국은 탄력적인 가격 정책, 특히 탄력적인 환율 정책을 펴야 한다. 위안화 절상과 유연한 환율 정책은 국제유가·원자재 값 급등의 영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적절한 통화 정책을 통해 안정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 내수시장(특히 서비스 분야)의 활동을 촉진시켜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 역시 SED의 많은 논의 중 일부였다. 그 결과 중국의 지도자들은 환율 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였다.

중국이 경제강국으로서 세계 무대에 복귀할 경우 같은 소득 수준의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 주요 선진국은 중국에 대해 비슷한 단계의 개발도상국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주는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은 보다 많은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국가가 그들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해 중국을 비난할 수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고 있는 중국은 국제 경제의 주요 결정을 수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역할하는 게 이로울 것이다. 무역자유화 협상인 도하라운드에서 중국이 취한 태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자세를 보이면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할 것이고 이것은 반(反)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다.

모든 경제적·정치적·안보적 이슈에서 중국이 선택하는 길은 미국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것은 차기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SED는 양국 간의 차이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수많은 경제적 이슈를 다루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생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차기 미국 대통령은 미·중 SED를 확대시켜 양국 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진전시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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