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아침프로 "독점!여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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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부유층 위주로 다루고 있는 아침 여성프로중 드물게 「서민용」을 선언하고 나선 프로가 있어 눈길을 끈다.
KBS-2TV가 월~금 오전11시10분부터 50분간 방송중인『독점!여성시대』는 3월부터 아침방송이 두시간 늘어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주부.여성프로중 계층별 차별화로 단연 돋보이는프로다. 대부분의 아침 여성프로들에는 인테리어.옷치장.신상품 소개.레포츠및 해외여행 안내 등 상품광고성 코너들이 많아 주부들의 소비성향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소개되는 상품들도서민이 장만하기엔 벅찬 것들이 대부분.
브라운관의 「그림」이 화려할수록 시청자가 모인다는 제작진의 강박관념 때문에 등장하는 상품들은 점점 비싸지고 프로가 겨냥하는 시청자(타깃 오디언스) 또한 부유한 계층으로 옮아간다.
이 때문에 결국 대부분의 아침여성프로가 소비력과 욕구가 풍부한 중상층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내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여성시대』는 다르다.이 프로의 카메라는 달동네를 찾아 그 곳 주부들의 삶을 보여주고 노점상 아주머니의 하루를 조명한다.
라디오 편지쇼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요일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코너 역시 서민들의 사연을 집중 소개한다.
남편 내복의 해진 부분을 잘라낸 뒤 팬티대용으로 입혔다가 목욕탕에서 망신당하게 한 주부의 이야기나 쓰레기종량제 이후 남편이 봉지 한개 분량 이상 쓰레기를 만들 경우 출근길에 쓰레기 뭉치를 들고 나가도록 한 주부의 이야기는 『독점! …』에서만 들을 수 있는 서민해학이다.
계층별 차별화 전략이 성공했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5월초 개편을 통해 아예 「서민프로」임을 공개선언하고 버스.택시운전기사 등 직업전선에 뛰어든 서민여성들을 중심으로 현장토크쇼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물론 서민용 프로로서 감수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이 프로가 방송되는 평일 오전11시대는 서민주부들이 일터에 나간 경우가 많아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라디오식 진행코너의 경우 진행자의 엽서낭독 모습만 비춰주는 등 영상이 단조로워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서민층의 소외현상이 두드러진 요즘 브라운관에서 『독점!여성시대』의 존재는 TV편성의 다양화란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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