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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적기행>자유공원.중국인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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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공원은 도시의 정원이다.유서깊은 도시일수록 유명한 공원이 있다.공원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어떤 모습이든 담고 있게 마련이다.
자유공원은 인천의 상징이다.이 공원이 1883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같다.자유공원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근대 개항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굴곡의 역사가 잘 드러난다.자유공 원은 처음엔만국공원이라 했다가 1957년 자유공원이라 개칭했다.
자유공원을 산책하다보면 「자유」라는 테마로 이루어진 것을 알수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맥아더의 동상이 공원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맥아더는 1957년 이래 지금까지 자유의 파수꾼인양 쌍안경을 들고 서해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한국의 대표적 조각가인 김경승씨 작품인데 미술교과서에 으레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동상 안쪽 벽에 붙여진 상륙전 당시의 모습을 새긴 브론즈도 미술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명작이다.
동상 주변 산책로는 서구식 공원답게 반듯하고 깔끔하다.목련.
개나리.튤립등 봄꽃들이 눈부시다.저녁무렵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보면 떨어지는 서해낙조가 곱디 곱다.도심 한가운데서 해풍에 실려오는 소금기 밴 비릿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도 신선하다. 한때 자유보다 평등이 강조되면서 자유공원이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엄존하는 지금,자유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는 가족나들이 터로 자유공원은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자유의 여신상과 18m나 되는 한.미수교 1백주년 기념탑,석정루와 연오정,세계 각국의 새를 모아놓은 야조사,지석묘와 비둘기집 등 볼거리도 꽤 있다.
공원 바로 아래 남아있는 중국인 거리는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옛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 영화촬영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동인문학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오정희는 이 중국인 거리를 『갑각류 동물처럼 입을 다문 집들은 초라하게,그러나 대개의 오래된 건물들이 그러하듯 역사와 남겨지지 않은 기록의 추측으로,상상의 여백으로 다소 비장하게 바다를 향해 서있다』고 묘사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중국인 거리만을 둘러보는 관광코스가 있다.인천도 중국인거리를 관광명소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인천은 1883년 개항했다.자유공원을 중심으로 중국.일본.러시아.독일.프랑스의 지계(地界)가 자리잡았다.
아직도 중국인거리 주변을 걷다보면 당시 각국의 건물들이 눈에띈다.이런 분위기가 마치 50,60년전의 거리에 선 것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만국공원이라는 당초 이름도 이런 연유에서 붙여졌다.자유공원과중국인거리를 걷다보면 평소 잊고 지내는 자유.독립.자강같은 가치들을 떠올리게 한다.
경인선철도 종착역인 인천역에서 하차,걸어서 10분.승용차로는경인고속도로 끝에서 나와 월미도쪽으로 10분거리에 있다.공원안에 주차할 수 있다.숙박시설로는 자유공원 바로 앞에 올림포스관광호텔((032)762-5170)이 있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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