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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인상 거론 안 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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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한·미 동맹을 논의했다. 미래 한·미 동맹의 희망적인 비전만을 얘기하고 복잡한 문제는 피해 숙제로 남긴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동안 양국이 추진해왔던 합의 사항을 마무리하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피해 간 사안 중 하나가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이다. 두 정상은 이날 별도의 ‘한·미 21세기 전략동맹 선언’은 하지 않았다. 5월의 캠프 데이비드 2차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큰 얼개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데 그쳤다. 21세기 전략동맹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에 들어설 미국의 새 정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한미군의 임무를 아시아와 중동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그 역할과 범위에 따라 한반도 안보 자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역시 이날은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내년에 들어설 미국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한국의 전략적 상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부시 대통령은 이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양국이 합의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이전 사업의 이행을 요구했다. 이날 공동성명에도 “관련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2012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어려운 경제에도 불구하고 한국군 정예화를 위한 적정 규모의 국방비를 확보해야 할 처지가 됐다.

또 전작권 전환 시기에 맞춰 완공키로 한 평택 미군기지 건설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평택기지는 착공이 늦어져 완공이 2∼3년 지연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부터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의 인상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한·미가 조용히 협상할 대목을 ‘긁어 부스럼’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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