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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정권 바뀌면 대통령에 진퇴 물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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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시중(사진) 방송통신위원장은 6일 “정권이 국민에 의해 바뀌었다면 현직에 있는 분들은 진퇴에 대해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것이 옳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로 몰려간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서다. 그는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상대로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이렇게 맞받아쳤다.

최 위원장은 “정 사장의 진퇴 문제가 방송가의 화제 차원을 떠나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자 국민적 관심사가 된 것은 사실 아니냐”며 “KBS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정 사장은 어떻게 하는 게 옳은가 하는 문제가 (김 전 이사장과 나눈) 많은 이야기 중에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에게 여론조사를 해 봐도 알겠지만 (정 사장이) 편향돼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위치로 돌려놓겠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문제가 제기되는 현상을 단절시켜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영국의 BBC 모델 같은 것을 KBS가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천정배 의원은 “대통령의 형님 격인 분이 방통위원장을 하면 빅 브라더가 될 수밖에 없다”며 “물러나 달라”고 촉구했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은 “검찰·감사원·국세청 등 국가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군사작전하듯 이뤄지는 언론 탄압의 중심에 최 위원장이 있다”며 “이는 언론인들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균 의원은 “최 위원장이 당정협의와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치적 발언을 한 사례는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는 방통위 설치·운영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며 “한국 방송의 미래를 위해 지금 (사퇴를) 결정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언론을 장악할 만한 사람도 세력도 없다”며 “누구보다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KBS에 경찰 철수 요청해 논란=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방송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전날 집회가 금지된 KBS에 공문을 보내 경찰 철수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세균 대표 이름으로 보낸 ‘민주당 촛불문화제 행사 장소 허락의 건’이라는 공문에서 민주당은 “민주당이 주관하는 촛불문화제 동안 집회 단속 경찰의 차량과 경찰 직원이 문화제 장소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경찰 측에 의뢰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 주요 기간시설의 하나인 KBS 영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

KBS의 한 관계자는 “문화제를 열려던 KBS 본관 앞 광장과 계단은 영내 시설”이라며 “민주당의 요청 자체가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좌파들이 국민의 방송 KBS를 대선 불복 저항운동의 마지막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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