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방극장 선거 드라마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4.11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정치판은 물론 사회전체의역량이 총동원되는 선거는 TV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소재.손바닥만한 투표용지 한 장에 국민의 꿈과 환멸이 교차하고 정국이 통째로 뒤바뀌는 요지경을 영상에 옮기는 것은 그 자체로 극적이다. 그러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에서 『봅 로버츠』까지 선거의 허상을 파헤친 외국영화들이 심심찮게 상영돼온 것과 달리국내드라마에선 본격적으로 선거를 다룬 작품을 찾기 힘들다.워낙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다 선거판을 제대로 묘사 할 경륜있는방송작가가 드문 탓이다.
「공화국 시리즈」로 대표되는 정치극들과 80년대 방송된 『승자와 패자』(80년 MBC방송) 『욕망의 문』(87년 KBS)등이 그나마 선거를 「건드리고 지나간」 드라마에 속한다.여기서묘사된 선거상은 어두웠던 우리 정치사를 반영해 하나같이 협잡과배신이 춤추는 「난장판」이다.『제1~4공화국』(81~95년 방송)과 『코리아 게이트』(95년 방송)는 초대5.10선거부터 78년10대 총선까지 역대선거를 정치극 특유의 냉정한 시각으로조명했다.이중 특히 관심을 끈 것은 92년 방송된 『제3공화국』(MBC)에서 지역감정의 시원(始原)이 된 71년 대통령선거묘사.김대중 당시 대통령후보의 특급참모 엄모씨가 중앙정보부의 포섭에 넘어가 선거일새벽 부산시내 곳곳에 『호남인이여 단결하라』는 벽보를 수천 장 살포,이를 본 부산시민들이 김후보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이 처음으로 소개된다.20년이상 나라를 뒤덮어온망국적 지역감정은 박정희 정권의 자작극이었음이 최초로 폭로됐고시청자들의 충격은 컸다.
80년 서울의 봄을 틈타 방송된 『승자와 패자』(김기팔 극본.고석만 연출)는 국내방송사상 유일한 선거드라마로 기록된다.전운과 오지명 두 후보가 상대방비방.금품살포.폭력등 이전투구끝에당락이 갈리는 선거의 전과정이 세밀히 극화됐다.
『TV드라마 사회론』의 저자 오명환 MBC정책기획실 국장은 『선거드라마는 뛰어난 흥행요인에도 불구하고 작가기근과 정치적 부작용때문에 기피돼온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사회의 민도(民度)가 성숙하고 정치경험을 쌓은 작가들 이 등장함에 따라 선거의 허실을 꼬집는 풍자드라마를 기대해 볼만하다』고말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