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쟁점>에로비디오物 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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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젖소부인 바람났네』 신드롬이 최근 성인 에로 비디오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이를 두고 마땅한 분출구를 찾지 못하는 우리 「성인 에로문화 창출의 자연스런 사회현상」이란 주장과 「성의 상품화를 노린 장삿속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팽팽 히 맞서고있다. 지난해 9월 첫 출시된 『젖소부인 바람났네』는 7천개 이상 팔리면 성공이라는 국산 비디오시장에서 무려 1만5천개가 넘게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은 제작사 한시네마타운은 이미 시리즈 4탄까지 제작한데 이어 최근엔 고전극 『젖소부인』을 출시하는 한편 오는 6월 극장 개봉을 목표로 동명의 영화도 제작하는등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성인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유호프로덕션도 최근 해외에서 외국배우들을 동원해 찍은 『성애의 여행』 시리즈를 내놓고 있고,대우 계열사인 시네마트도 기존의 2~3배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품질 고급화」를 선언하며 『삐삐러브』『샤넬 5』등을 제작,에로 비디오 붐에 일조하고 있다.『젖소부인…』의 히트는 『물소부인 바람났네』『꽈배기부인 몸풀렸네』『만두부인 속터졌네』『바람난여자 난리났네』등 「××부인 ××했네」식의 유사제목 비디오물을쏟아내는 기폭제가 됐다.
특히 『만두부인…』는 「라면부인 살불었네」「자라부인 뒤집혔네」「김밥부인 옆구리터졌네」등과 함께 PC통신등에서 유행하던 우스갯소리가 실제 비디오로 제작된 것이다.
『젖소부인 바람났네』라는 제목은 한시네마타운이 소설 『자유부인』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것을 방송 코미디에서 한 코미디언이사용하면서 본격 회자되기 시작한 것.
국산 에로 비디오 열기에 편승해 홍콩의 성애물과 성교육을 내세운 비디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영화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전국 영화관에서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홍콩의 코믹 에로물 『옥보단』은 지난1월말 비디오로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대여순위 10위안에 들고 있다.
이에따라 홍콩의 B급 성인영화도 속속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극영화는 아니지만 지난해 여름이후 부부 성교육 비디오 『부부생활 리서치』가 인기를 끌자 『101가지 러브 센스』『한방부부클리닉』『이윤수박사의 성이야기』『닥터 마이클 페리의 최신 성가이드』등 유사품 출시도 잇따랐다.이에따라 자연 성인 에로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저질 성인영화도 수입 일례로 한국대학신문이 3월11일부터 15일까지 덕성.동덕.성신.숙명.이화여대(가나다순)앞 비디오방 12곳을 대상으로 여대생들이 자주 빌려 보는 비디오를 조사한 결과 이 기간중 총 2백60편의 비디오를 1천34회에 걸쳐 관람했으며 상위 10위중 『리허설』(1위),『옥보단』(2위),『쇼걸』(3위),『젖소부인 바람났네』시리즈(7위)등 에로물이 전체의 20.5%를 차지,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한시네마타운의 대표 한지일씨는 『35㎜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김인수감독을 초빙해 작품성과 영상의 차별화를 내세운 것이 성공의 비결인 것같다』며 『성인들을 위한 시장이 있는 만큼 본격적인 볼거리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YMCA의 건전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건비연)은 『산업 발전의 논리에 가려 성의 상품화와 왜곡화가 늘고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이런식의 말초적 흥미만 유발하는 제목은 여성을 물건으로여기게 하는 풍조를 낳고 제대로 된 영상문화가 자리잡는 것을 가로막는등 폐해가 심하다고 말한다.특히 호기심 많은 청소년층에미치는 악영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지적이다 .
***청소년에 악영향 우려 현재 성인용 비디오는 적색표시가 돼 있어 이를 청소년들에게 판매.대여.시청케한 자는 법에 의해처벌받게 돼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기가 어렵고 이에따른 성인비디오 도난사고도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 일선 대여점 주인들의 말이다.
서울신림동 한 대여점 주인은 『직설적 러브 신이 화제가 됐던「너에게 나를 보낸다」가 들여놓기만 하면 없어져 결국 3개를 다시 사야했는데 중고 비디오 시장에 갔더니 성인 에로물을 팔려고 들고나온 청소년들이 적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 』고 말했다.
공연윤리위원회는 최근의 이러한 성인 비디오물 열기에 대해 『제목들이 요란해서 그렇지 성인물 제작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달 16일 ▶저속하고 퇴폐적인 제명▶작품내용과 상관없는 제명▶특정계층만 알수 있는 품위없는 제명 등 제목에 관한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작사들에 보냈다고 밝혔다.공륜측은 또 『호스티스 시리즈.애마 시리즈.정사 시리즈.지존 시리즈등과 같이 몇개월 지나면 수그러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젖소부인」으로 촉발된 이러한 공방은 건전한 사회 소비문화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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