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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 재외공관 외교업무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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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외대 대학원생 임성균(26·프랑스어 전공)씨는 3월부터 아프리카 튀니지 한국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임씨에게 6월에 뜻하지 않은 중요한 일이 떨어졌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문가와 튀니지 정부 관계자 간의 통역을 맡게 된 것이다. 한국 전문가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협의를 벌이게 됐는데 대사관에서 통역이 가능한 행정관이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중요한 면담이 포함된 일정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까지 논의돼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대학생 해외 인턴십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에서 단순 업무 연수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외교 일선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외교통상부 소속 인턴으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활용, 재외공관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은 외교 현장을 체험하고 공관은 일손을 덜 수 있어 만족스러워한다.


◇“재외공관 인턴 내년엔 200명 선발”=외교부와 한국외대는 지난해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6개월간 해외공관에 인턴으로 파견하는 협정을 맺었다. 한국외대가 이란어·불가리아어 등 희귀 언어를 가르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외교부는 체류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용 여권을 제공하고 한 달에 800달러씩 지급했다. 대학은 학기당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해 줬다. 첫해인 2007년 1학기에는 16명이 포르투갈·카자흐스탄 등 16개국에 파견됐다. 2007년 2학기 30명(30개국), 2008년 1학기 36명(36개국)으로 인원이 늘었다. 인턴들은 서류 번역, 자료 조사, 통역에서 도서 관리, 복사 같은 소소한 일까지 맡았다. 능력을 인정받은 인턴 두 명은 각각 폴란드·이탈리아 대사관에 채용됐다.

외교부는 내년부터 학기당 선발 인원을 1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다른 학교 학생들도 뽑기로 했다. 외교부 박준우 기획조정실장은 “영어나 중국어 능통자는 많지만 아랍어·체코어 등을 할 수 있는 인재는 적다”며 “이러한 언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현지 공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평가도 좋다.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일한 강홍모(26)씨는 “중남미 자원외교와 관련된 보고서 작성을 돕다가 외교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이란 대사관에서 일한 송민정(25)씨는 “이란인들과 부대끼며 배운 대화법을 바탕으로 이란에 진출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로 더 내보내야”=KOTRA도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다. 부산외대는 2005년부터 해외 무역관에 학생들을 3~7명씩 내보낸다. 지금은 6명이 인도와 모스크바 무역관 등에 나가 있다. 한국외대는 KOTRA 본사와 협정을 맺어 올 1학기에만 요르단 암만 등에 16명을 보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매년 전문대생 400여 명을 미국과 일본·중국·호주의 현지 기업 인턴으로 보낸다. 지난해에만 5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는 ‘글로벌 탤런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80명, 올해 1학기 30명을 17개국 인턴으로 내보냈다.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곳이다.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취업난이 심할수록 한국 안에서만 경쟁하지 말고 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세계화된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해외 인턴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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