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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손으로 … ” 농촌축제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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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마이산(馬耳山)으로 널리 알려진 전북 진안군에서 7~16일 열흘간 ‘마을축제’가 열린다. 20개 마을에서 농촌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꾸며 진행하는 점에서 관(官) 주도로 천편일률적 내용을 나열하는 축제와는 다른 모습이다.

해발 400m의 고원지대에 사는 산촌 주민들이 스스로 축제를 열어 귀농 희망자와 휴식을 바라는 도시민을 자신의 마을로 초청하는 형식이다.

농가 민박을 하며서 고추·옥수수 따기, 상추 솎아내기 등 농사짓기와 생태 건축 집 짓기, 옷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달빛 아래 숲속 길 걷기와 자전거 타고 농로 달리기도 하며 밤에는 모깃불과 함께 하는 대화의 자리도 마련한다.

행사는 용담·백운·동향·정천면 등 20개 마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마을별로 독특한 체험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용담호 주변 와룡마을에서는 낮엔 도라지·더덕 캐기를 하고, 밤에는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한다. 가막리에서는 삼림욕과 산삼 채취, 한과 만들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무릉도원 같다”는 평가를 받는 주천면 무릉리에서는 풍물 강습과 색소폰 연주회를 준비했다.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는 임신마을에선 풍혈동굴 탐사,가족 등반 등을 즐길 수 있다.무거마을은 물놀이, 두부 만들기, 소 여물 주기 등을 한다. 마을마다 30~50명씩 외지인이 묵어갈 수 있도록 민박·마을회관 등에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특별 이벤트로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해 귀농인 마을 탐방, 귀농 가정 방문, 귀농 이장과의 만남 등을 코스로 엮은 답사 프로그램도 매일 진행한다. 진안군에는 280여 가구에 600여 명이 귀농해 살고 있다.

마을 축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처럼 관에서 주도하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행정안전부·지자체에서 1억4000여만원을 지원받지만 행사 기획, 프로그램 구성, 진행은 순전히 마을 주민이 맡는다. 농협이 방송 공연을 전제로 3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지만 축제의 성격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해 주민들이 거절할 정도다.

송영선 군수는 “도시와 농촌이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축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의는 마을축제조직위 홈페이지(www.maeulnet.org) 또는 전화 063-433-8398.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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