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벼르고 별렀던 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고유가에 따른 경제 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올여름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지난해에 비해 5%포인트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국토해양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휴가를 계획한 피서객이 34.5%에 그쳤다고 한다.

“별르고 별렀던 해외여행이었는데 유류세가 너무 올라 엄두도 못 내겠다” “여름휴가를 위해 비키니까지 사고 별르던 차였는데 결국 못 가게 됐다”고 울상 짓는 이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위에서와 같이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는 의미를 지닌 ‘벼르다’를 ‘별르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별르고 별렀던…”과 같은 표현에서 쉽게 틀리게 쓰곤 한다.

‘벼르다’를 ‘별르다’로 잘못 쓰기 쉬운 이유는 ‘벼르다’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를 만나면 어간의 ‘으’가 탈락하고 ‘ㄹ’이 덧붙어 ‘별러/별렀다’와 같이 ‘ㄹㄹ’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러/별렀다’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벼르고/벼르는/벼르던/벼르며…”와 같이 활용해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