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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포럼><전문가의견>업종전문화제도 반대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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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애덤 스미스는 그 유명한 핀공장의 예를 통해 전문화를 통한 대량생산의 이점을 웅변하고 있다.
재벌에 대한 업종 전문화정책도 바로 이러한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재벌들은 지난 2백여년동안 경제학이 가르쳐온 전문화의 이점을 마다하고 「문어발식 다각화」를 추구해 왔나.
전문화 논리에는 세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첫째,생산기술에 「규모의 경제」가 있어야 하고 둘째,전문화.대량생산의 이점이 완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시장 크기에 제약이 없어야 하며 셋째,경쟁적인 시장이어야 한다.
이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업으로서는 전문화를 꾀할 유인(誘因)이 없게 된다.우선 재벌들의 주력부문이 돼온 중화학공업부문이 전통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큰 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조건은 충족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추세는 규모의 경제 뿐만 아니라 다각화를 통해「범위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는 생산기술의 보편화다.
21세기 생산체제라고 일컬어지는 「소량 다품종 유연생산」체제가 바로 그 예다.
지난 30여년간 각종 산업이 수출증대를 통해 국내의 협소한 시장을 극복해왔지만 많은 산업이 보호된 국내시장에 안주했음에 주목해야한다.
「무제약 시장」조건도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또 국내시장이 대외경쟁으로부터 보호돼 구태여 전문화 를 추구해야 할 유인이 별로 크지 않았다.
따라서 「경쟁」조건도 성립하지 않고 있다.
이와같이 다각화가 유리한 경제여건에서는 업종전문화만을 유도하는 정책은 유효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효율을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보다 바람직한 정책은 「경제환경」을 개선해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경영형태를 바꿀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국내시장에 안주하려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경쟁에 몰아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시장개방과 진입자유화를 추구해 기업의 시장여건을 보다 경쟁적으로 바꿔야 한다.
전문화와 다각화는 기업이 시장여건,가용한 생산기술여건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판단.결정할수 있도록 해야한다.이러한 정책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적정다각화」정책이라 할까.
KDI 좌승희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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