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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산마을>11.양양군 법수치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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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법수치리(法水峙里.강원도양양군현북면)는 양양에서 최고의 오지(奧地)로 손꼽힌다.해수욕장으로 유명한 하조대에서 어성전리까지간 뒤 이곳에서 산길 30여리를 달려가야 법수치리가 나온다.
법수치리가 오지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 마을에 차(車)가 많다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17가구에 차는 24대나 된다.이곳에선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법수치리의 계곡은 연어로 유명한 남대천의 발원지다.법수 치란 이름도계곡물이 마치 불가(佛家)의 법수(法水)를 뿜어내는 것 같다는전설에서 유래했다.
오대산 자락에 숨죽인듯 들어앉아 수백년을 조용히 살아온 산골마을 법수치리가 요즘 무척 바빠졌다.
온 마을사람들이 표고버섯.장뇌를 재배하는데 눈코 뜰 새 없기때문이다.
예부터 표고버섯은 양양,특히 법수치 인근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쳤다.표고재배는 낮은 곳에서도 안되지만 너무 높은 곳에서도질이 떨어진다.그래서 해발 4백여쯤에 있는 법수치는 일단 지형부터 적합하다.
버섯 균을 심는 나무(표고목)는 굴참나무나 물참나무을 쓴다.
굴참나무는 생산량은 적지만 질이 뛰어나고,물참나무는 생산량은 많은 대신 질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그래서 표고버섯을 재배할 땐 「생산량」과 「품질」이라는 두마리 토끼 를 다 잡기위해 통상 두가지 나무를 섞어 사용한다.
종균을 심는 나무는 횡성 등지에서 가져온다.이 나무를 전기톱으로 1~120㎝ 정도 길이로 자른 뒤 이곳에 홈을 15㎝ 간격으로 판다.이런 줄을 나무를 빙둘러 다섯개 만든다.종균은 톱밥에 섞어 표고목의 홈에 넣는다.그 다음에 스티로 폴로 구멍을막는다.잡균이나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표고버섯은 잔 손이 많이 간다.눈.비를 맞아도 안되고 직사광선을 쬐도좋지 않다.가장 어려운 작업은 표고목을 돌려놓는 일이다.표고목을 그대로 두면 버섯은 땅에 가까운 곳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이를 돌려 골고루 잘 자라게 해야 한다.이때 나무 끝과 끝을 망치로 두드려 주어야 한다.충격을 주어야 버섯이 잘 자라는데 이때에도 힘의 강약이 중요하다.
이렇게 품을 들여도 1년안에 수확이 불가능하다.4월에 심으면그 이듬해 가을철이 돼야만 출하할 수 있다.
『법수치 표고버섯에는 버섯머리가 거북 등처럼 갈라진 「화고」가 유난히 많아요.화고는 표고버섯 가운데 최상품으로 쳐줍니다.
』 법수치 이장 탁주해(45)씨의 자랑이다.
현재 법수치는 15만자루의 표고목을 보유하고 있다.한자루에서통상 6백에서 1㎏의 버섯이 나온다.
법수치에는 또 장뇌가 18만뿌리나 자라고 있다.장뇌는 사람이재배한 산삼을 말한다.사람이 산에 산삼씨를 뿌려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확한다.일정기간은 길게는 15년이 걸린다.진짜 산삼보다약효가 떨어지지만 인삼보다는 뛰어나다.가격도 인삼의 10배를 웃돈다. 든든한 살림밑천이 마을 주위 산과 밭에서 자라고 있어선지 요즘 법수치 사람들은 웃음이 많아졌다.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글=하지윤.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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