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반체제 작가 알렉산더 솔제니친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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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옛소련의 대표적인 반체제 소설가 알렉산더 솔제니친이 모스크바 근교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89세.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 영국 BBC 뉴스가 현지 문학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베데프는 곧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고 크렘린 대변인은 밝혔다.

솔제니친은 최근 심장 발작 후유증과 고혈압으로 몇달 째 대외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제니친의 아들 스테판은 한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솔제니친은 스탈린의 강제수용소의 실상을 고발해 197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나 반체제 작가로 낙인찍혀 20년간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소련 붕괴 이후 1994년에 고국에 돌아왔다.

대표작에는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4)’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암병동’(1968), ‘수용소 군도’(1973) 등이 있다.

솔제니친은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정식으로 계승하면서도 현실 사회에 존재하는 모순과 비인인성을 고발하는, 20세기의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들을 집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솔제니친은 1918년 남부러시아의 로스토프에서 출생, 로스토프대 물리수학부를 거쳐 모스크바대 문학과 등에서 수학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소련군 포병 장교로 혁혁한 공을 세워 대령으로 진급했으나 1945년 스탈린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감옥과 강제수용소에서 8년을 보냈으며 카차흐스탄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1956년 복권되어 러시아 중부에 있는 랴잔에 정착허가를 받아 그곳에서 수학교사로 있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스탈린 시대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한 수인이 겪는, 틀에 박힌 일상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직접 겪은 수용소 생활의 일상사인 싸움과 물질적 궁핍을 다룬 이 책은 간결하고 진솔한 언어와 뚜렷한 근거를 통해 대중들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고, 스탈린 이후 세대에 수용소 생활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소련 문학작품이기에 감동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 책은 소련 내부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정치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소련의 많은 작가들에게 스탈린 체제 때 겪었던 수감생활에 관한 보고서를 쓸 용기를 불어넣었다. 1964년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실각한 뒤 소련은 문화활동에 대한 이념적 제재의 끈을 조이기 시작해 솔제니친은 처음으로 많은 비난에 부딪혔다. 그는 정부의 탄압정책에 열렬히 항거하는 인물로 떠오르게 됨에 따라 공공연히 시달림을 받았다. 1963년 단편소설집을 출간한 뒤로는 공식적인 작품 출판을 금지당했으며 따라서 자신의 작품을 해외에서 펴내거나 사미즈다트(‘자비 출판’) 문학 형태, 즉 은밀히 나도는 비합법적 문학 형태를 빌려 발표해야 했다.

솔제니친은 197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나 소련 정부가 그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을까봐 두려워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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