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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공정택 첫 직선제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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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만난 사람=송상훈 정책사회 데스크

첫 직선 서울시교육감이 된 공정택 교육감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지를 받으며 ‘이명박 정부 심판’을 내세운 주경복(건국대 교수) 후보를 어렵게 눌렀다. 공 교육감은 선거에서 경쟁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부분의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맥을 같이한다. 일부에서는 15%대의 낮은 투표율을 들어 대표성이 약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자율과 경쟁, 학력 신장과 수월성 교육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마땅한 설립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 학교를 자사고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1일 오후 5시부터 그의 집무실에서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나이가 많은 점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건강은 어떤가.

“선거 때 상대 후보가 나이를 약점으로 잡았다. 이상한 소문도 냈다. 나는 지금도 테니스를 칠 정도로 건강하다. 유세 중에도 목이 쉬어 본 적이 없다. 선거가 끝나자 목이 쉬었다. 4일부터 사흘간 휴가를 낼 계획이다. 휴가 때는 선거 때 도와 주신 분들에게 전화를 하려고 한다. 아내와 내가 1000통씩 하기로 했다. 특히 목사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낮은 투표율을 두고 교육감 직선제 무용론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정당 공천이나 러닝메이트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데.

“지금의 직선제가 문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당 공천이나 러닝메이트제는 지방교육자치의 측면에서 봤을 때 찬성하지 않는다. 정치인과 같은 후원제도가 없어 선거 때 정책 홍보나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전교조 등) 일부 교육 가족과 갈등이 빚어진 점도 안타깝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직선제는 다양한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을 수 있어서 교육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낮은 투표율과 2위 후보와의 적은 표 차 때문에 대표성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다른 후보들의 의견을 듣겠다. 선거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좋은 정책은 의견 수렴을 통해 선별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수업 전 강제보충수업(0교시)은 이미 교육청이 금지하고 있다. 제대로 지켜지는지 장학지도로 더 철저히 확인하겠다. 강남북 균형발전, 친환경 급식, 교육청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외부 전문 감사제 도입도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겠다.“

-서울 교육을 이끌어갈 핵심 철학은 무엇인가.

“자율과 경쟁, 학력 신장과 수월성 교육이다. 특히 학교 선택제 확대를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 이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여 나가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자사고·국제중·국제고 설립

-특목고와 자사고 정책은 선거기간 내내 상대 후보와 차별됐던 주제다. 확대를 공약했는데.

“자사고는 원래 3곳을 추진하려 했다. 그런데 잘 안 돼서 ‘2개라도 해보자’고 해서 나온 곳이 은평과 길음이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의 공약이고 나의 공약이기도 하다. 은평은 하나금융지주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길음 쪽은 나서는 곳이 없어 걱정이다. 교육청은 큰 기업체나 독지가 등이 돈벌이와 무관하게 그야말로 봉사하고 육영사업으로 이름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 길음도 하나금융지주처럼 정원의 20% 할당(지역 주민+직원 자녀)을 허용하면 나서는 이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서울시장과 협의해 곧바로 승인해 주겠다. 신설이 원칙이나 끝까지 나서는 곳이 없으면 기존 학교를 전환해서라도 자사고를 만들겠다.”

-국제중 설립 공약도 있었다.

“국제중 설립은 2006년부터 추진해 왔다. 일정이 좀 빠듯하지만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다시 추진하겠다. 현재 신청을 다시 받고 있다.” (※2006년 국제중 설립은 노무현 정부의 반대로 무산. 현재 영훈학원·대원학원이 설립 신청을 함)

-외고의 확대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외고의 추가 설립은 생각지 않고 있다. 다만 국제고는 한 곳 정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영등포 지역에 추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고교 선택제

-고교 선택제에서 ‘학교 도태’까지 언급했는데.

“고교 선택제를 도입하면 선호 학교와 비선호 학교가 분명해질 것이다. 선호 학교의 학급 증설, 비선호 학교의 학급 감축은 이미 예고했다. 학급 수가 줄면 교원 수도 줄 것이고, 비선호 학교가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을 안 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강제로 도태시키기보다 학교의 자구 노력 강화를 촉구하는 차원의 얘기다.“

-교육감 임기가 2010년 6월 말까지다. 임기 중에 학급 감축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나.

“최소한 선호 학교와 비선호 학교를 어느 정도 구분지을 것이다. 또 비선호 학교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은 꾸준히 할 것이다. 비선호 학교가 될 소지가 있으면 계속 공문 지시를 내려보내고 ‘자구 노력을 이렇게 해 주십시오’라고 강한 요구를 하겠다. 교육감이 직접 해당 학교를 밤 10시에 불시 방문하는 등 나서겠다. 그렇게 계속 점검하고 간섭하겠다. 사립학교는 교장의 리더십이 부족하면 재단에 교장 교체까지 권고하겠다.”

-비선호 공립학교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비선호 학교의 교사들에 대한 분석도 병행할 것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비선호 학교가 되지 않도록 우수 교사를 뽑아 인사 교류를 시키겠다.”

-공립학교는 5년 단위로 교사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지원해 전근을 가는데 이런 원칙이 바뀌나.

“아무래도 그렇다. 비선호 학교에 우수 교원을 배치해 줘야 한다. 시설 지원도 마찬가지다.” 

◇교원평가제·전교조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아직 법도 안 만들었는데 임기 내 추진이 가능한가.

“일단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해야 하고, 중앙정부가 일손이 잡히면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교과부와 교육청이 TF팀을 만들어 상당 기간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TF팀을 통해 안이 만들어지면 내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안건으로 내겠다. 교과부가 애를 써야 하지만 바탕은 교육청 실무자들이 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교사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교원 근무평정 등 여러 안건을 종합해 TF팀에서 안을 만들 것이다. 사실 교원평가제는 핵심을 전교조 등 교원노조가 쥐고 있어 협상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가 문제다. 교원단체와 논의해 봐야 할 듯하다. 교과부가 곧 시·도교육청에 ‘실무자를 보내라’는 등 어떤 움직임이 있지 않겠나. 좀 서둘러야 하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 안 돼 있다.”

-전교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16대 교육감 시절) 4년간 못했는데 전교조와 단체협상을 시작하겠다. 그동안 한국교원노조와 전교조 사이에 합의점이 잘 안 나와 미뤄졌는데 앞으로 창구를 넓히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양보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교원노조가 합의점이 나와서 같이 하기를 바란다.” 

◇영어 몰입교육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말은 와 닿지 않는다. 당장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나.

“영어가 사교육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공교육 활성화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영어 전용교실을 의무화하고 원어민도 확보해 영어로 영어수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방과후 학교도 대안이다. 강남교육청이 방과후 학교가 잘돼 있는데 학교나 공교육의 자구 노력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

-현 정부가 추진을 중단한 영어 몰입교육을 “3~4년 내 가능토록 하겠다”고 했는데 가능한 일인가.

“당장 하겠다는 게 아니다. 시교육청이 ‘영어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만들었는데 몰입교육으로 몰고 갈까 봐 발표를 안 했다. 영어 공교육 활성화는 교사들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3~6개월 국내외 연수, 영어연수원 활용 등을 통해 1~2년간 교사 역량을 키우고 시험을 봐 교사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별, 분류 작업을 할 것이다. 그 뒤에 영어 가능 교사의 숫자가 파악되면 먼저 영어로 영어수업을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몰입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그게 3~4년이다.”

-3~4년이면 임기 후 아닌가.

“물론 내가 하지 못하고 나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빨리 추진해서 (영어 몰입교육) 기초를 만드는 작업을 해 볼 생각이다.” 

◇교육 개혁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이 지지부진하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교육감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을 텐데.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나온 영어 몰입교육은 기초를 다지는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자율형 사립고·기숙형 공립학교·마이스터고)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사업이다. 지역 배분 문제 등에서 서울에서 몇 개나 나오느냐가 신경 쓰일 것이다. 특히 마이스터고는 서울에 기업체가 많으므로 서울에서 많이 지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중인사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전(16대) 교육감 때도 탕평인사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말들이 나왔다. 내 출신이 호남이니까 호남에 편중 안 되게, 다른 사람들도 수긍할 수 있게 내년 3월부터 탕평인사를 하겠다.”

-지역 교육청 폐지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현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었는데.

“지방은 서울과 다르다. 지역 교육청 폐지는 지방은 해당되지만 서울은 없앨 필요가 없다. 현행대로 갈 것이다.”

정리=민동기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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