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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선거승부 가른 폭로 사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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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선으로 가는 길엔 얼마나 많은 지뢰가 숨어있을까.사실여부를떠나 끊임없이 터지는 폭로와 고발의 약효가 역대선거에서 어떻게작용해왔는지 살펴본다.
지난 92년대선때의 「초원복집 사건」도 폭로전의 화염이 엉뚱하게 불붙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김기춘(金淇春)전법무장관과 부산지역 기관장들은 김영삼(金泳三)민자당 후보를 돕기 위해 비밀회동을 가졌고 이 사실이 국민당의 도청에 의해 폭로되었다.
이 자리에서 金전장관등은 『믿을 곳은 부산.경남 사람이 똘똘뭉치는 방법밖엔 없다』고 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하지만 이 발언은 결국 영남지역에서 『우리가 남이가』『DJ가 당선될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바뀌어 金대통령을 당선시키 는데 일조를 했다는 추후분석이다.
지난해 6.27지방선거는 폭로전의 결집체로 기록될 것이다.여야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건의 폭로가 터져나왔다.먼저 안기부가 지자제 선거 연기를 획책했다는 비밀문건이 야당측을 통해흘러나왔다.이 문제는 나중에 외무부가 해외공관에 보낸 전문(電文)을 위조했다는 공방으로까지 번졌으나 뚜렷한 결론없이 유야무야되고 말았다.막판에는 서울시장 후보인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의유신찬양 기고문,조순(趙淳)후보의 유신시절 청와대 하기식(下旗式)참석사진등이 공개되면서 선거전 이 더욱 혼탁해졌다.
14대 총선때는 홍사덕(洪思德)당시 민주당 후보를 인신비방하는 유인물을 안기부 직원 4명이 뿌리다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폭발은 이지문(李智文)중위의 군부재자투표 부정폭로사건과 함께 위력을 발휘했다.洪후보의 당선은 물론 결 과는 여소야대를 낳았다.
13대 대선때는 한 민주계 야권인사가 『YS가 통일교의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음해폭로를 하고 DJ진영으로 합류했으나 폭로인사의 신뢰성 자체가 의심을 받아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다.
초반부터 과열되기 시작한 13대 총선은 타락선거의 극으로 치달았다. 표 매수행위.폭력.지역감정 부추기기와 후보자간 상호비방으로 선거전은 점철되었다.유세장 폭력이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야당 L모 후보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흑색선전물 이 돌기도 했다.여당후보가 당선됐다는 제주 MBC의 개표연습방송이 방송돼물의를 빚었고 KBS와 MBC대표가 편향보도를 했다고 야당에 의해 고소되기에 이르렀다.그러나 집권 민정당은 과반수를 못채웠고 1盧3金의 첫번째 여소야대시대가 열렸다.
결국 폭로는 그 진실성과 목적이 정당하지 않는한 결코 폭로자에게 유리하게만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게 역대 총선의 결과이기도했다.「공천헌금」과 「張씨 비리」로 맞서고 있는 여권과 야권의폭로중 어느쪽이 더 설득력있는지는 11일 유권 자 심판에 의해판가름날 전망이다.
양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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