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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교육감’ 못 낸 진보의 당황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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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17면

지난달 30일 밤 서울 종로구 교남동 주경복 캠프 사무실. 착잡한 표정의 주 후보가 100여 명의 지지자와 기자들 앞에 섰다. 개표율이 90%를 넘으며 표차가 2만 표까지 벌어진 시점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 시민이 많이 지지해 줘서 이길 줄 알았는데….” 몇몇 캠프 관계자가 울먹였다. 선대위원장이던 장임원 민주화운동공제회 이사장이 나섰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이길 수 있었는데, 저 자신을 비롯해 1% 힘만 더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촛불 교육감’은 결국 탄생하지 못했다. 미국산 쇠고기로 표출된 촛불 민심을 믿었던 진보 세력에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와 참교육학부모회·전교조 등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민노당·진보신당이 모두 지원했지만 승리를 일궈 내지는 못했다.

주 후보 캠프의 면모는 화려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상임 선대본부장만 4명, 그냥 선대위원장은 2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제2의 강정구’로 불렸던 장시기 동국대 교수, 김옥성 고교서열화반대-교육양극화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 상임대표, 배옥병 전국학교급식네트워크 대표는 물론이고 강내희 중앙대 교수(문화연대 공동대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등 학자들도 유세에 가세했다. 가위 진보세력의 총출동이었다.

패배한 원인은 뭘까. 대변인을 맡았던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강남의 지역이기주의, 반공 이데올로기 색깔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먹거리에 민감해 촛불에 참여했던 강남 주부도 자녀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욕구를 억누르지 못했다”고 했다.

자성론도 있었다. 장시기 교수는 선거 뒤 오마이뉴스에 보낸 글에서 이렇게 썼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문화일보의 케케묵은 반공주의 색깔론이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단체들의 전교조 공격 등 때문에 진 것이 아니다. 우리 선거운동원들이 묵묵히 일하는 서울 시민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서 교육 문제의 중요성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진보는 갈 길을 놓고 고민 중이다. 박 지부장은 “이제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반성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때”라며 “정치 지형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든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기 교수도 “주경복 교수와 우리 선대본부 사람들은 미친 교육을 심판하는 시민과 함께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썼다. 어쩌면 보수의 실책이 진보의 길을 열어 줄지도 모른다.



▶이번주
●5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집중 촛불문화제 ●6일 2007년도 출생 통계 발표 ●8~17일 대한성공회, 서울올림픽파크호텔에서 ‘GFS(Girl’s Friendly Society) 세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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