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 신고한 시민 오히려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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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버스운전사의 난폭운전에 항의하다 심한 욕설을 듣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도리어 즉심에 넘겨졌던 50대 여인의 억울함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풀리게 됐다.
93년7월 서울노원구 당현대교 앞길에서 유모(51)씨는 자신이 모는 승용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등 난폭 운전한 버스운전사에게 『버스를 조심해서 운전하라』며 항의하다 갖은 욕설을 듣고 화가 치밀어 인근 노원경찰서 하계파출소에 신고했다 .
그러나 난폭운전에 대해 최소한 엄한 훈계라도 할줄 알았던 경찰관들에게서 오히려 기막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담당 金모순경이 『경찰서에서 시끄럽게 군다』며 보호실에 감금한뒤 즉심에 넘긴 것.
유씨는 즉심에서 형면제 판결을 받은뒤 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혐의로 서울지검 북부지청에 고소했으나 검찰의 판단은 더욱 기가막혔다. 金순경이 『18년간 경찰관으로 성실히 복무해 왔고 피해자의 피해정도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그뒤 유씨는 항고.재항고를 거쳤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당하자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알렸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9일 유씨가 낸 불기소처분 취소 헌법소원에서 불기소처분 취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경찰관으로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권리를 억압해 청구인의 인권은 물론 공권력과 사회정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한 행태는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라고 밝혔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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