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지역유세현장밀착취재>新舊정치1번지 서울 종로.강남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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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결전의 날이 12일 앞으로 다가왔다.전국 방방곡곡에서 후보들의 본격적인 유세전이 펼쳐지고 있다.그러나 유권자들 입장에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지켜보기란 어렵다.이에 중앙일보는 유권자를 대신해 전국 주요 관심지역의 유세 상황을 밀착취재,시리즈로 엮는다.
4.11총선 전국최고의 격전지는 단연 서울의 종로와 강남갑이다.「신.구 정치일번지」라는 상징성때문에 여야 모두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한 대결을 벌인다.후보의 면면도 모두 거물이다.전국적 지명도를 자랑한다.
이 종로와 강남갑의 개인연설회에서 흥미있는 차이점이 나타나고있다.종로는 뜨거운데 강남은 차분하다.
29일 오전11시.삼청동 정독도서관앞 삼거리.1백여명의 동네주민이 모여든 가운데 점퍼차림의 이명박(李明博)후보가 열변을 토한다.『지역을 볼모로 정권을 잡는데만 급급한 구시대의 낡아빠진 정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희망의 정치를 일구기 위해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어 李후보는 「종로 2000 개발 연구보고서」까지 만든 자신만이 종로발전의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하고 지지를 호소한다.2백62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李후보의운동화에는 어느새 먼지가 뽀얗게 앉아있다.
군중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고개를 끄덕이는 사람,고함을 지르며 『옳소』를 연발하는 사람,자리에 선채 시종 박수를 쳐대는 사람등.
같은날 낮12시30분.계동 현대 본사앞.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개인연설회가 열렸다.점심시간을 이용해 구경나온 직장인들과 인근 주민들로 골목길은 발디딜 틈없이 빽빽하다.날씨가 풀린탓인지 사람들이 떠나질 않는다.
盧후보는 『장면 .윤보선.박순천.유진오박사등 정통 야당의 지도자를 키워낸 정치의 중심지 종로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뀝니다』고 역설한다.『제대로된 국회에서 제대로된 청문회할 사람,민주당밖에 더 있습니까』고 盧후보가 묻자 30~40대 넥타이부대들의갈채 와 환호가 터진다.
9명의 후보중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후보를 포함,이들 「빅3」의 연설에는 『장(場)이 선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강남갑은 분위기가 다르다.전국최고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납세실적을 자랑하는 탓인가.중량급 후보들이 출전하고 있지만 뜨거운 박수와 열기는 없다.그래서 신한국당 서상목(徐相穆)후보는 『지상전보다는 공중전』이라고 말한다.
28일 오전11시 나산백화점앞 광장.운동원등 30여명의 청중이 모인 徐후보의 개인연설회장.자신의 저서인 『말만하면 어쩝니까,일을 해야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徐후보가 목청을 돋운다.『이제는 말의 정치,투쟁의 정치는 끝내고 일하 는 정치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행인들은 힐끗힐끗 쳐다볼뿐 걸음을 멈추지는 않는다.
같은날 오후4시 무소속 노재봉(盧在鳳)후보의 연설회가 열린 갤러리아백화점앞.쇼핑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힐끗 쳐보다곤 지나친다.드문드문 발을 멈추는 사람도 보인다.盧후보는 「강남정서」에 호소한다.『YS가 「있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겠다고 했는데,도대체 누굴 잡겠다는 말이냐.바로 우리아니냐』.그러자 쇼핑백을 들고 가던 한 중년여인이 돌아서며 『옳소』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총총히 사라진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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