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방송출연기>SBS"행복찾기" 회사원 이인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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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원님 덕에 나팔분다고 할까.아내가 보낸 편지가 덜컥 채택되는바람에 TV에 출연하게 됐다.오후 1시쯤부터 녹화를 시작했는데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고….오후 10시쯤 녹화가 끝났을 때는이미 파김치.5분도 안되는 방송을 위해 9시 간이나 공을 들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출연 대가로 더블침대 교환권이 생겼기 때문이다.하지만 교환권에 돈을 더 보태서라도 문갑과 소파를 구입하려던 우리 부부의 1주일간의 부푼 기대가 무너지는데는 그리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교환권은 본사(서울상계동)에서 그것도 침대로만 교환가능하며 운반비는 별도 부담으로 내가 사는 시흥까지는 3만~4만원정도 든다는 것이었다.요즘 웬만한 제품들은 전국 어디서나 교환이 가능하고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배달해주는데 이게 대체 웬말인가도 싶었다.곰곰 생각끝에 중고매장에서 반값에라도 팔기로 하고몇 군데를 돌아보았지만 모두들 제품도 안좋고 모델도 구형이라 가져와봤자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하긴 안목이 없는 내가 봐도 제일 싸구려였다.친척들에게 선 물로 줄까도 생각해봤지만 지방까지는 운반비가 더 들어 그것도 문제였다.
결국 사정사정해서 본사에서 45만원대라는 침대쿠퐁을 14만원에 팔고 생돈 6만원까지 들여 문갑 하나를 샀다.
알뜰하게 문갑과 소파를 마련하겠다던 원대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택시비만 날린 기분이라니.지방에 사는사람들이었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운반비까지 들여가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품을 가져가야 했을 것 아닌가.
방송사들도 거창하게 무슨 무슨 상품을 준다는 식의 인기몰이에만 급급하지 말고 볼펜 한자루를 주더라도 편리한 곳에서 기분좋게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마땅할 것이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볼멘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내 다시는 TV에 출연하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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