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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가본공약쟁점>9.금융실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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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환영과 우려속에 전격적으로 실시된 금융실명제가 일상생활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아직도 미완성품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가명거래는 없어졌다지만 얼마나 많은 실질적인 차명계좌가 형식적인 실명화 절차를 거쳤는지 ,그리고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과연 더 이상 차명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지아무도 모른다.
각당이 내놓은 금융실명제 관련 공약을 보면 민주당이 집권하지않는한 금융실명제에 있어서는 큰 정책변화가 일어날 것같지 않고오히려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다.
애초 금융실명제는 몇가지 제도적 결함을 가지고 출발했다.첫째,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금융기관 임직원은 처벌하면서 거래자 본인은 처벌하지 않는다.둘째,금융실명제 위반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가 고작 5백만원이다.셋째,비밀보장이 지나치게 경 직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끝으로 금융실명제를 보완할 인접제도가 충분치 않다.96년 소득분부터 시작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기준금액(4천만원)이 너무 높아 법 존재 자체를 무력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금융실명제의 정착으로 정경유착 소지를 없앤다」는 태도를 취해 최소한 이 부분에 관한한 성공으로 끝났다는 평가다.이에 대해 야당의 주장은 극에서 극을 달리고 있다.민주당은 긴급명령을 항구입법으로 대체할 뿐만 ■ 니라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규정을 넣고 돈세탁방지법.내부고발자법,그리고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해 대금업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내친김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말한다.
국민회의는 금융실명제를 조기입법화하고 지하자금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전부다.「경제제일주의」가 말해주듯 소위 보수성향을 지닌 표를 겨냥하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이에 대해 자민련은 「돈많은 사람」편에 서기로 작정한 듯한 인상을 준다.『실명전환에 따른 자금출처 조사를 폐지한다』고 약속할 뿐만 아니라 비밀보장은 엄격히 운용하겠다고 주장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에 서있다.「정치논리까지 가세해 지하 경제를 축소시키고 원활한 경제운용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식으로 금융실명제 자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권성철 본사증권담당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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