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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강북 예술의 전당’ 노원문화예술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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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7일 저녁 서울의 한 공연장. ‘한국을 빛낸 해외 무용스타’라는 이름의 공연이 올라갔다. 600석 남짓한 1, 2층 객석이 빼곡하게 찼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온 관객들은 최리나(러시아 보리스에이프만 발레단), 유서연·한상이(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남민지(스위스 왕립발레단), 예효승(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등 세계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무용가의 몸짓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번 공연은 이 극장이 기획한 ‘인터내셔널 댄스 시리즈’의 개막작. 탱고를 바탕으로 하는 ‘코레쉬 무용단’, 작지만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툴사 발레단’, 한국의 안은미씨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어떤 공연장일까.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아니다. 노원문화예술회관(노원문예회관)이다. 아직 일반인에겐 친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울의 자치구를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손꼽힌다. 구민회관, 혹은 문예회관 하면 떠오르는 ‘대강당이나 예비군 훈련하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180도 바꾸었다는 평이다.

교육열이 높아 노원구를 ‘강북의 대치동’이라고 부르듯, 이 공연장 역시 ‘강북 예술의전당’으로 불린다. 중계동에 사는 주부 김미진(38)씨는 “강남에 사는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좋다. 똑같은 공연을 반값에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04년 말 개관한 노원문화회관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건, 저명 공연장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지금껏 정명훈·조수미·백건우·강수진씨 등이 모두 노원문예회관 무대에 섰다. 강수진씨는 최근 한국에 올 때마다 노원문예회관을 찾을 뿐 아니라, 이 공연장이 주관한 ‘꿈나무 발레 클래스’의 강사를 맡기도 했다.

올 6월 야외음악당 잔디밭을 이국적 향취 물씬 풍기는 해변으로 개조한 뒤 독특한 퍼포먼스를 곁들인 ‘노원아트오아시스’는 참신한 발상이 빛난 케이스다. ‘화요 클래식’이나 ‘김인혜와 함께하는 클래식 여행’처럼 지역 구민의 예술 수요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공연’도 호응이 높다. 덕분에 노원문예회관은 지난해 1년 관객 1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30% 이상의 관객 증가율을 기록했다.

노원문예회관은 초대권이 없는 공연장으로도 유명하다. 유료회원에겐 지역시설과 연계해 건강 검진, 주유소·도서 할인 등의 혜택도 준다. 최진용 관장은 “내년에는 노원 일대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도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준 높은 공연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품을 팔고, 지역주민의 욕구를 찾아내 새로운 틈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 노원문예회관의 성공비결이자 여타 자치구 문예회관이 벤치마킹해야 할 전략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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