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김동진 ‘메달 항해’ 쌍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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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근호(中)와 김동진(右)이 2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합작한 뒤 함께 웃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근호(대구)와 김동진(제니트) 얘기를 꺼낼 때면 박성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목소리에는 유난히 힘이 실린다. 듣는 사람에게 그 신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박 감독은 “이근호만큼은 최고의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김동진은 항상 자신의 100%를 쏟아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동진의 왼발 크로스에 이은 이근호의 마무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의 8강을 넘어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한국의 가장 확실한 득점 루트다.

◇이근호, 성공적 포지션 변경=박성화 감독은 측면 공격수였던 이근호를 중앙으로 이동시켜 최전방에 세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맹활약하던 서동현(수원)을 올림픽팀에 뽑지않은 것은 이근호에 대한 박 감독의 확신이 큰 이유였다. 이근호가 소속팀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는 점도 감안했다.

최전방에 자리 잡은 이근호는 16일 과테말라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교체 투입 1분 만에 골을 뽑아냈다. 27일 코트디부아르 올림픽팀과 평가전에서는 후반 17분 모두의 예상을 깨는 오른발 아웃사이드킥으로 골을 만들어내며 탁월한 축구 감각을 자랑했다. 두 경기에서 연속 결승골을 터뜨린 이근호는 올림픽팀 최다득점자(5골)이기도 하다. 더구나 5골 중 4골이 승리를 확정짓는 결승골이었다. 박 감독을 웃게 하고 무한신뢰를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김동진, 황금의 왼발 크로스=박 감독은 진작부터 와일드카드로 염두에 뒀던 박지성(맨유)을 포기했지만, 김동진에 대한 집착만은 끝까지 접지 않았다. 김동진의 ‘명품’ 왼발 크로스패스가 주춤거리는 올림픽팀 공격력을 살려낼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김동진은 올림픽팀 합류 뒤 첫 경기였던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바로 그 왼발 크로스로 이근호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바로 박 감독이 머릿속에 그리던 장면이었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감아올리는 왼발 크로스는 김동진의 전매특허품이다. 아테네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최종전인 말리전에서 한국은 0-3으로 뒤지던 후반 조재진의 헤딩골 2개와 상대 자책골을 묶어 3-3 무승부를 이끌어냈고 8강에 진출했다. 조재진의 골은 모두 김동진의 왼발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김동진의 왼발이 통했던 말리와 코트디부아르 모두 아프리카 팀이다. 박 감독은 다음달 7일 중국 친황다오에서 열릴 조별리그 D조 카메룬전에서도 김동진의 왼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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