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위성, 땅엔 20만대 CCTV 베이징 ‘철옹성’ 보안 작전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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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안전은 태산보다 중하고, 이를 위해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平安奧運重于泰山,奧運平安人人有責).”

베이징 올림픽조직위(BOCOG)가 직장과 마을의 보안 도우미로 운영하고 있는 ‘치안순라(治安巡邏) 봉사대’의 슬로건이다.

올림픽 개막을 보름 앞둔 요즘 베이징은‘전시(戰時)’체제나 다름없다.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민간을 동원한 인해전술뿐 아니라 세그웨이(1인용 2륜차)를 탄 특별기동대, 스파이더맨처럼 그물을 쏘는 총 등 최첨단 보안 장비를 요소 요소에 깔아 놨다. 중국 신화통신은 러시아의 타이거 장갑차량 10대가 이미 중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이징 올림픽 보안 비용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보다 50%가량 증가한 1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작전명 ‘철옹성’=베이징 올림픽 수석 안전고문 마신(馬昕) 박사는“올림픽 보안은 전시를 제외했을 때 최대의 평시 군사작전”이라며 “베이징 올림픽의 보안작전은 철옹성(銅墻鐵壁)개념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24일 베이징 올림픽 축구 경기가 열리는 상하이(上海)에서 축구장 테러를 모의하던 국제 테러조직을 적발했다는 신화통신의 보도까지 나오자 보안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마 박사가 강조한 보안대책은 ＾베이징 외부 ＾올림픽촌 주변권 ＾경기장 주변권역으로 나눠진다. 권역 안팎과 베이징 요소 요소에는 적어도 20만 대에 이르는 CCTV가 설치돼 있다. 보안 카메라 주변에는 공안뿐 아니라 무장경찰·보안요원·보안 도우미 등이 촘촘히 배치돼 수시로 점검하게 된다. 시사잡지인 중국신문주간은 “경기장 주변에선 보안 요원과 선수·코치진 비율이 거의 일대일에 가까울 정도로 인해전술이 펼쳐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중에선 올림픽 사상 최초로 테러감시용 위성이 가동되고 있다. 올림픽 보안 당국은 위성을 통해 공안국의 지휘본부와 경기장·올림픽촌을 잇는 삼각 지휘체제를 구축했다. 불의의 사태가 터지면 현장과 지휘본부에서 실시간으로 현장 화면을 공유한 상태에서 작전을 펼 수 있다는 것이 조직위 측 설명이다.

◇전민개병(全民皆兵)식 보안 도우미= 22일 오전 베이징 북쪽 하이뎬(海淀)구 시싼치(西三旗)의 한 마을 입구. ‘치안순라’라고 적힌 붉은 완장을 찬 한 50대 남성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기자를 바라본다. 성이 천(陳)이라고 밝힌 그는 이곳에서 30년 이상 살았다고 한다. 그는 “마을에 낯선 사람이 오면 일단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한 뒤 의심이 가면 파출소에 신고해야 하는 게 치안순라 자원봉사자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 동쪽 차오양(朝陽)구 주센치아오 인근 홍샤오루 아파트촌. 치안순라 완장을 찬 60대 여성은 의심이 가는 사람의 동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머리 모양을 본다. 단정치 못하게 길거나 헤어 스타일이 요란하면 일단 주의하게 된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마을을 떠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외지 주민이 많은 주센치아오는 원주민 8만 명 가운데 1만여 명이 치안순라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점 보안지역이다.

◇대학 내 경기장 봉쇄=올림픽 탁구 경기장이 자리한 베이징대 캠퍼스는 20일부터 계절학기를 비롯한 각종 강좌 일체를 모두 중단했다. 관광객들의 단골 방문지였던 베이징대는 개인이든 단체든 관람이 불허됐다. 교수나 교직원들도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교내 출입을 할 수 없다. 대학 관계자는 “탁구 경기장 안팎으로 안전 진단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어 보안검색이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 저우리(周莉·여)는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행사인 만큼 어느 정도 감내하는 것도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팀이 입주한 베이징 사범대학은 수영장·체육관 주변과 일부 숙소 전역이 봉쇄됐다. 미국팀은 올림픽 기간에 임차하는 조건으로 5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중국 신문들이 보도했다. 외부인은 출입 자체가 안 된다. 미국팀이 임차한 봉쇄구역은 대학 관계자들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보안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