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 펜화기행] 대전 남간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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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주택가로 손꼽히는 서울 북한산 남쪽자락의 평창동이 한때는 험한 산언덕으로 집짓기 망하다 하여 땅값이 무척 헐했습니다. 그러나 재주 좋은 건축가들이 지형의 특성을 살려 멋진 집을 짓기 시작하자 풍치 좋은 특급 주택지로 변했습니다.

대전의 남간정사도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조선 최고의 멋쟁이 집입니다. 가운데 대청마루 밑으로 샘물이 그대로 흐르게 했고 계곡물을 막아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연못가에는 바위들이 있고 연못 가운데에 둥근 섬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운치를 더 했습니다.

우암 송시열(1607~89)이 노년(1683)에 세운 강학당입니다. 성리학의 대가로서 건축분야에도 높은 안목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전면 4칸, 측면 2칸짜리 집인데 굵은 원형 기둥을 써서 꼼꼼하게 지은 고급건물입니다. 좌측에 2칸짜리 온돌방이 있고 가운데는 4칸짜리 마루방이며, 오른쪽은 뒤편에 한칸짜리 온돌방을 두고 앞에는 기둥을 세워 한칸짜리 누마루 방을 들였습니다. 전면에 14짝 띠살창들이 집을 무척 아름답게 만듭니다.

건물 앞 좌우측의 돌담과 솟을삼문이 어색하고 답답해 보인다 했더니 우암 사후에 남간정사 뒤편에 사당을 지으면서 설치한 것이랍니다. 그 바람에 멋진 누마루 방이 담장 속에 갇힌 꼴이 되었습니다. 솟을삼문도 없었지요. 스승만 한 제자가 없었나 봅니다.

고봉산 자락의 남간정사는 바로 옆으로 도로가 나고 우암사적공원으로 개발되면서 옛 정취를 잃었으나 눈을 감고 옛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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