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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사태’ 한·일 청소년 교류까지 줄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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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 의정부시는 자매 도시인 니가타현 시바타시 학생 100여 명을 의정부시로 초청해 다음 달 1∼3일 체육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1981년 시작해 올해로 28년째를 맞는 행사다. 그러나 김문원 의정부 시장은 16일 시바타시 시장에게 ‘무기한 연기’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김 시장은 서한에서 “우리 국민과 시민의 정서가 급격히 변화하고 전국적으로 파급되는 어려운 분위기에 처해 있어 친선교류 일정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렸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일 청소년 교류가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양국 간 청소년 교류 행사를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 예정돼 있던 청소년 교류는 지자체들과 일본 자매도시들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오던 행사들이 대부분이다. 한 해는 한국 청소년들이 자매도시의 초청을 받아 일본에 가고, 이듬해에는 일본 청소년들이 한국의 초청을 받아 방한하는 형식이다. 초청받은 측이 항공료를 부담하고, 초청한 도시에서 홈스테이 등을 통해 숙박을 제공하고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기도 의왕시와 강원도 춘천시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순 한국을 방문해 주도록 일본 자매도시의 청소년을 초청했다가 지난주 이를 취소하는 내용을 일본 측에 알렸다. 전남 여수 신기초등학교는 이 학교 학생과 교사·학부모 등 52명이 일본의 자매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19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18일 오후 일정을 취소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 학교 박이선 교장은 “일본 나가사키 현의 자매학교와 5년 전부터 교차 방문을 해왔다”면서 “일부 학부모로부터 ‘민감한 시기에 꼭 가야 하느냐’는 의견들이 나와 방문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부산시 교육청 등은 최근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한·일 청소년 교류 자제’를 요청했다. 경기도의 경우 21일부터 도내 초·중·고교생들의 일본 자매결연 학교 방문이 잠정 중지됐고, 교사 및 교육청 직원들의 연수를 위한 일본 방문도 모두 취소됐다.

김진춘 경기교육감은 “일본 정부가 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내용을 명시한 행위는 역사 왜곡과 영토침범 행위”라며 “일본 교육계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날조된 역사를 가르치는 비이성적 행태를 계속하는 이상 일본과 교류하다가 잘못된 인식을 배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을 통해 한·일 양국을 방문하는 청소년들도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초·중·고등학교는 2006년 26개에서 지난해 36개로 늘었고, 올해는 54개교가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거나 갈 계획이다.

◇“과잉 대응” 반론도=독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성이 적은 청소년 교류를 지자체와 교육청이 취소하는 것은 과민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호서대 박진규(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 교류를 중지시키는 것은 옆집 사이에 싸웠다고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그 집 아이 하고 놀지 마’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일 관계가 악화될수록 이해관계가 없는 청소년들의 교류는 더욱 유지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래 세대가 나중에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봉합할 수 있는 경험을 쌓게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 차원의 청소년 교류 사업을 해오고 있는 (사)한일협회의 임범렬 과장도 “한·일 간의 외교 문제가 청소년 교류를 포함한 사회 저변에까지 혼선을 가져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남희주 인턴기자(아주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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