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첨단화에 수사는 주먹구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사건이야?』 지난달 16일 대구서부경찰서 수사2계 사무실.피해자로부터 막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들이 어디서부터 사건을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폰 뱅킹 사기사건」.
사채알선업자를 통해 피해자의 계좌에 입금된 1억원이 전화를 통해 대구은행 7개지점으로 분산된뒤 범인들이 현금카드로 전액 인출한 것이 사건의 개요.
그러나 경찰은 이 과정을 파악하는데만 꼬박 12일이 걸렸고 그 이후에야 공개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범죄는 이처럼 첨단화.전문화하는데 경찰의 수사는 주먹구구식이다. 금융.환경.식품.컴퓨터등 전문분야의 범죄에 대처할 전문수사관이 없는 것이다.
현재 이들 전문범죄의 수사를 담당하는 곳은 각 경찰서 수사2계.그러나 폭주하는 부정수표사건에 매달릴 뿐 특수분야의 범죄수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대구 수성경찰서 수사2계의 경우 수사관 4명이 지난 한달동안3백여건의 사건을 처리했고,달서경찰서 수사2계도 수사관 3명이지난달 3백50여건을 처리했으나 대부분이 단순한 부정수표사건이었다.또 이들 직원들은 금융.컴퓨터.환경범죄등 담당업무에 대한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전담부서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이같은 현상은 부산.광주등 전국 대부분의 경찰서도 마찬가지다.지난달 17일 발생한 한국은행 구미사무소 9억원 인출사건의 경우 내부자의 공모없이는 불가능한 사건인데 도 수사관들이 금융업무를 몰라은행직원들의 진술에 의존한 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수사전체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들 전문분야 범죄는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피해범위가 광범위한만큼 전문수사관 양성과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