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글로벌 大役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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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하나의 수로(水路)로 연결하는 대역사(大役事)는 8세기 신성 로마제국의 샤를마뉴 황제때 착공됐다.두 물길을 잇는 마지막 연결공사는 1994년에야 완공됐다.2년전 완공된 도버해협의 유로터널은 2백여년전 나폴레옹이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유럽대륙을 잇는 고속도로공사가 지금 한창이다.지브롤터에서 지중해를 질러 유럽과 아프리카대륙을 잇고,북태평양의 베링해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북미대륙을 연결짓는 프로젝트도 계획단계다.
5대륙 1백여개국을 잇는 「글로벌 하이웨이」의 꿈이다.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자동차로 유럽대륙으로 건너와 독일.프랑스.스페인을 지나고 지브롤터에서 아프리카대륙으로 들어선다.대륙을 돌고난뒤 동지중해 해안을 따라 서남아시아를 지나고,중 국과 시베리아를 거쳐 베링해를 건너 북미대륙으로 들어선다.「범(汎)아메리카하이웨이」를 타고 캐나다.미국.멕시코를 거쳐 중미와 남미대륙으로 치닫는다.21세기 「꿈의 여로(旅路)」다.
여기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범 아시아철도」구상이 끼어들었다.파리에서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80여년간 운행되던 오리엔트특급은 이용객이 갈수록 줄어 지난 77년 운행을 마감했다.그 철로는 지금도 각국이 구간별로 활용중이다.이스탄불에 서 중국까지가 문제다.중국의 비단(실크)이 유럽에 전파된 것은 552년이었다.중국에 살던 콘스탄티노플 교구의 두 승려가 명주벌레 알을숨겨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온 것이 그 효시다.역사속에 묻혀왔던 그 육로가 「신 실크로드 구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북한과 중국 서부.미얀마 등을 포함,이 구간이 손꼽는 「인프라 황무지」라는 점이 문제다.
타당성조사.물동량예측.재원조성방법 등 착공까지에는 기술적 난제만도 엄청나다.오리엔트특급의 운행중단이 상징하듯 유럽쪽의 각별한 관심과 정책의지가 긴요하다.이 글로벌구상이 유독 서울에서팡파레를 울리는 사정도 의아스럽다.지구상의 「글 로벌 슈퍼프로젝트」는 1천5백개를 헤아린다.3분의 1은 개념단계고,3분의 1은 타당성분석과 재원조성단계다.5백여개만이 공사가 진행중이다.들뜸에 앞서 유럽국가끼리도 구상에서 완공까지 몇백년이 걸리는현실도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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