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개헌 피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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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개헌 논의가 샅바싸움 모양새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임기 2년 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계에서도 동양정치사상사학회·미래전략연구원·대화문화아카데미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개헌 연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이 개헌에 대해 공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한다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와 방어적 태세를 보인다. “개헌은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홍준표 원내대표), “내년이나 내후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안경률 사무총장) 등 개헌 논의를 늦추자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20일 ‘시기상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날 ‘이른바 개헌 시기상조론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내고 “졸속 개헌을 피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생과 경제가 개헌보다 급한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국회의원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경제를 말하지만 내심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나 임기 문제를 걱정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며 “그 문제는 개헌 논의 막바지에 정치적 지혜와 합의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친박’ 의원들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 본인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꾸준한 신념”이라고 못 박았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21일 부산에서 독자적으로 ‘지방분권개헌 대토론회’를 열어 개헌 논의를 이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소장파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16대 국회의 정치개혁법 처리 과정을 모범으로 제시했다. 지구당 폐지, 정치자금법 개정 등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기 6개월 앞서 철저하게 비공개로 관련 연구를 진행한 뒤 공론화를 꾀한 것을 본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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