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홈뉴패밀리>23.孟父孟母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자녀 교육을 위해 자신의 직업이나 인생 계획을 바꾸는 현대판맹부(孟父).맹모(孟母)가 늘고 있다.
예전처럼 자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기보다 아이들 교육과 자신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새로운 부모상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인 J기업의 최연소 이사였던 김모(43)씨는 얼마전 갑자기 시카고 근교의 미국 회사로 적을 옮겨 모두를 놀라게 했다.「잘 나가던」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그의 목적은 「중학생인 두 아이를 명실상부한 국제인으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조기유학을 보낼까 생각했지만 주변의 실패 사례들을 보고 아예 함께 가는 방안을 모색하게 됐습니다.다행히 미국 생활용품 생산업체에 아시아 마케팅 담당자로 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요.』3~4년 미국생활후 아이들은 학교에 남기고 자신은 한 국에 돌아와 다국적 기업에서의 마케팅 경력을 다시 살려볼 생각이라는 것. 초등학생 두 딸을 가진 광고회사 상무 황모(42)씨의 라이프 스케줄에는 97년까지 회사생활,98년부터 2년간 미국유학이라는 확실한 계획이 올라있다.『아내와 함께 두 딸을 「남부럽지 않은 전문직 여성」으로 키우기로 약속했다』는 그는 그러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에 영어를 마스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같은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고3이 된 딸아이의 면학 분위기를 위해 대학졸업장이 있음에도불구하고 45세의 나이에 다시 방송대에 입학한 열성 엄마도 있다. 잠실에 사는 주부 朴상희씨는 명문대 국문과 출신.하지만 이번에 방송대 유아교육학과에 재입학했다.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둘째딸이 대학에 무사히 들어가면 자그마한 놀이방을 운영해 보겠다는 포부에서였다.
『딸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밤늦게 공부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어차피 고달픈 고3엄마 시절을 값지게 보내겠다는 朴씨의 생각에 남편과 큰아들도 대찬성이었다고.이처럼 자녀의 앞날과자신의 인생을 함께 향상시키는 「일석이조」 교육관을 가진 부모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혜전(경북대 강사)씨는 『요즘 30~40대만 해도 아이 인생 못지않게 내 인생도 중요하다는 인식이보편적』이라며 특히 여성들에게 이같은 변화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 최혜정교수는 「자식에 대한 헌신」이란 부모들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다.지난 세대들에 비해 요즘 부모 세대들에게 좀 더 다양한삶의 조건이 주어진 데 대한 반영일 뿐이라는 것 .『결혼할 때부모 특히 엄마의 직업을 중요시하는 외국에서도 좋은 혼처를 위해 엄마가 전문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최교수는 덧붙인다.
이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