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46억 달러 손실 … 신용등급 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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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3위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17일(현지시간) 올 2분기에 46억5000만 달러(약 4조6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97억 달러의 자산을 추가 상각한 영향이 컸다. 메릴린치에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올 초 20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메릴린치가 대규모 손실을 공개하면서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메릴린치의 선순위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는 “자본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메릴린치가 자산을 팔거나 주식을 추가 발행해 손실을 메우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메릴린치보다 사정이 더 나쁜 것으로 알려진 리먼 브러더스의 선순위 장기채 등급도 A2로 한 단계 낮췄다.

메릴린치의 자산 상각은 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에서 발생했다. 주요 채권보증사의 신용등급이 내려감에 따라 발생한 추가 상각액도 29억 달러에 달했다.

또 한번 위기를 맞은 메릴린치는 필사적인 자구 노력에 나섰다. 지난해 말 부임한 존 테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42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블룸버그LP(블룸버그 통신의 모회사) 지분 20%를 44억3000만 달러에 블룸버그 측에 되팔기로 했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본사를 9 ·11 테러로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자리에 들어설 새 건물로 옮기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같은 날 분기 실적을 공개한 미국 3위 은행 JP모건체이스도 순익이 한 해 전에 비해 53%나 급감한 20억 달러에 그쳤다. 3월 자금난으로 쓰러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면서 부담하게 된 5억4000만 달러의 손실이 컸다. 하지만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좋은 실적이다.

비금융 업종의 실적은 엇갈렸다. IBM은 2분기에 27억70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려 1년 전보다 22% 늘었지만, 코카콜라는 23% 줄어든 14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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