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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北에선 민중봉기 안 일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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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왜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대중봉기가 일어나거나 체제가 붕괴하지 않을까?"
최근 북한학계가 정치.경제.역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 원인을 탐구한 연구서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이들 연구서는 단순히 정권의 '폭압 정치'나 외부 지원에서 그 원인을 찾지 않고 북한 문헌과 탈북자 증언 등 실증적 자료들을 통해 북한 체제의 과거와 현재, 안정성과 취약성을 함께 분석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김광운 연구사는 최근 출간된 '북한정치사연구1-건당.건국.건군의 역사' (선인출판사)에서 북한 권력의 핵심기관인 당.정.군의 형성 과정을 분석해 해방 직후 '항일유격대 세력'이 북한 권력층의 엘리트층으로 자리잡았고, 이 체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았다.
항일유격대 집단과 그 2세들이 여전히 당.정.군의 핵심을 장악해 '항일유격대 집단의 재생산 체제'를 유지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가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조선직업총동맹.조선농업근로자동맹.조선민주여성동맹 등 조선노동당의 외곽단체들이 사회 전 부문에서 체제 유지에 필요한 통제력과 침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북한연구센터가 펴낸 '조선로동당의 외곽단체' (한울아카데미)는 노동당 외곽단체의 조직 체계와 사업 활동 내용을 '지속성'과 '변화'의 측면에서 분석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 체제에 대한 일정한 '동의 체계'가 있음을 밝혔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정영철 전임연구원은 '북한의 개혁 개방-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 (선인출판사)에서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개혁.개방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사상.정치.군사적 측면에서는 개혁을 허용하지 않는 '이중전략'을 통해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개혁.개방 이면에 체제 안정을 우선시하는 '선군 정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정치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자들은 북한을 봉쇄할 경우 북한 체제가 붕괴하거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근 방한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마커스 놀런드 박사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등을 봉쇄하면 체제가 변화할 확률은 45%까지 치솟고 북한은 1~2년 내에 붕괴할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영철 전임연구원은 "국제정치나 순수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을 볼 경우 벌써 붕괴했어야 할 '파산국가'나 다름없겠지만 노동당과 대중단체의 조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제개혁 추진을 통해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는 등 정치.군사 분야에서 북한은 여전히 강력한 통치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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