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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신발 한 켤레 팔아 15원도 안남아요”

중앙일보

입력

최근 경영환경 변화로 중국의 의류 신발 등 경공업 제조업체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 상승, 원재료 값이 인상, 위안화 평가 절상, 수출세 환급 취소 등으로 생산원가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있다. 낮은 원가, 낮은 가격, 낮은 이윤을 추구하던 기업들은 한계상황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 원저우(溫洲)시 30만개 제조업체 중 20%에 해당하는 6만여 개가 존폐위기에 처해있고, 이중 4만개 이상이 실질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이다.
최근 원저우시 제조업체를 취재한 현지 언론 보도내용을 번역 소개한다.

칼럼제목 : 6만개 원저우 기업들의 힘겨운 생존노력
(2008년 7월 7일자 楚天金報 35面)

무더운 7월, 원저우시 제조업체에는 오히려 몹시 춥다. 원저우시에서 대규모 신발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셰푸청(谢福成)사장은 “한 계절을 바쁘게 일해도 거의 남는 것이 없다”며 “공장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저우시는 중국 제조업의 발원지이며 국내 30개 이상 세부산업의 생산기지이다. 그렇지만 30만개 이상의 제조업체 중 20%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반으로 줄였다. 그 중 4만개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았다. 셰 사장처럼 저임금에 의존해 이윤을 추구했던 기업들은 모조리 벼랑 끝으로 떠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원저우 제조기업들은 6월 말 의류 수출에 대한 무역장벽과 7월 초 전기료 인상에 또 한번 타격을 받았다. 이렇게 계속 살아가느냐 아님 아예 죽느냐? 원저우시 제조업체들은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빽빽하고 작은 광고들이 많아진다. 대부분 공장이나 창고를 팔거나 사는 광고이다. 이 중 한 공장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상대는 “저희 공장은 황금구역입니다. 시설도 완벽히 갖추고 있고 언제든 들어와 사실 수 있습니다. 가격도 좋게 드릴께요”라며 절박하게 말했다. 수많은 큰 공장들은 저마다 큰 공장 문을 걸어 잠그고 문안에는 경비원 하나만 말없이 지키고 있었다.

기자는 뒤이어 가죽산지로 유명한 평양수두진(平阳水头镇)으로 달려갔다. 하루 가죽 생산량이 1억2000만 장으로 중국 총 생산의 1/4에 달하는 수준이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가 오후 3시쯤이었지만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공장 직원들이 한가롭게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한 직원에게 묻자 최근 공장에 주문이 없어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기자가 취재한 수많은 기업주들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원저우인들은 불굴의 사업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엇이 이들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는가.

중국전자제품 생산지 도류마을(都流市镇)로 취재를 갔을 때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는 “원자재 값은 오르는데 판매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이윤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안전모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판위(潘玉)사장은 “3년 전 동(铜)가격은 1톤에 1만 위안 정도였지만 지금은 1톤에 무려 6만위안”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상승으로 인해 유가가 140달러를 돌파한 후 국내 기름가격, 전기료가 올라 원재료 가격이 날로 치솟고 있다고 불평이다.

노동력 원가는 새로운 노동법에 의해 대폭 상승했다. 원저우중소기업촉진회장은 예전과 비교해서 1인당 매년 5000위안씩 노동력 원가가 상승했다고 한다. 이는 노동집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롱깡공업원(龙港工业园)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는 한 사장은 “작년 월급으로는 기본상 직원을 구하기 힘들고 월급을 몇 백 위안 올려도 숙련공을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런민삐가 평가 절상돼 달러 당 6위안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3년 사이 20%나 절상됐다. 런민삐가 1% 절상되면 의류사업의 이윤은 6% 감소한다고 하는데 전체 의류업의 평균 이익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윤 감소는 정부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정부는 수출세 환급을 폐지해 직접적으로 수출성기업의 이윤에 타격을 주었다. 셰푸청 사장의 계산에 따르면 자신의 회사처럼 중규모 기업의 경우에도 수 백만 위안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 긴축정책아래 중앙은행이 1년 동안 5번 이자를 높이고, 16번 은행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절했다. 상업은행에 대한 엄격한 대출관리 강화로 기업의 대출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금융조달 비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위기로 내몰린 제조업체들은 메뚜기처럼 새로운 먹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우선 연해로부터 내륙으로이다. 아오캉그룹(奥康集团)은 서쪽의 충칭(重慶)으로 많은 기업들을 진출 시켰다. 아오캉그룹 판매부장은 땅값이 원저우시의 1/3선이어서 어느 정도의 규모의 경제에 다다르면 원가를 20%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원저우의 기업들은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한다. 금년 4월 원저우 한기업과 나이지리아 기업은 자유무역지대에 400무(1무=200평)에 달하는 면적의 아프리카 최대 신발제조기지 건립하기로 합의서를 체결했다. 동시에, 점점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태국 등 원가 절감을 위해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했다.

KOTRA 우한(武漢)무역관
성병훈 관장(bhsung@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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